[최우성의 커피종교학] ‘퀸’ 리더 머큐리·웨슬리 목사의 뜨거운 열정으로 빚는 커피향미

[아시아엔=최우성 ?인덕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본부장] 전설적인 록그룹 퀸(Queen)의 리더였던 프레디 머큐리는 명성만큼이나 죽음이 특이했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해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로커였지만, 영국태생은 아니었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출신이었고, 조로아스터교를 믿었다. 조로아스터교는 니체의 저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종교다.

하지만 조로아스터교는 로마와 세계를 양분하던 대제국 사산조 페르시아의 국교로 숭배되던 종교였다. 사산조 페르시아가 명운을 다한 후 이슬람세력에 핍박을 받아 신자 대부분이 이란에서 인도로 이주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란에 약 15만명, 인도 뭄바이 지역에 파르시교도로 불리는 20만명 정도의 신자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인들은 ‘물, 불, 땅, 바람’을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그 중에서도 특히 불을 중시했다. 불은 모든 불결한, 정(淨)하지 않은 것들을 깨끗이 태울 뿐 아니라 스스로 오염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불은 이리저리 삐뚤어지지도 않고 똑바로 위를 향해 타오르며, 인간에게 따뜻함과 깨끗함을 준다. 어둠을 밝히고, 음식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그들은 불을 신성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란 야즈드(Yazd)에 있는 불 사원(Fire Temple)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은 1500년 이상 되었다고 전해진다. 조로아스터교는 우리나라에 배화교(拜火敎)로 소개되기도 했다. 신도들이 신전에 있는 불을 돌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불은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가 우주공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생명의 터전이 될 수 있는 것은 두개의 핵심적인 불의 근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태양이고, 또 하나는 지구 내부의 코어다. 과학자들은 생명체를 찾기 위해 우주공간을 이 잡듯 뒤지고 있으나 지구 외에 어디에서도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구가 ‘생명의 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불이 있기 때문이다. 불은 생명체를 살아있게 한다. 온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살아있는 모든 것은 열기를 지닌다. 자체적으로 열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파충류는 태양의 빛을 받아 몸을 덥혀야 살 수 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은 언제였을까?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 세상에 가져왔다. 기독교 경전인 성서에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에 자녀를 낳게 되는데, 둘째 아들인 아벨이 양을 잡아서 하나님께 번제로 제물을 드렸다. 번제는 불로 태워서 드리는 제사법이기에 인류는 처음부터 불을 사용할 줄 알았다고 본다.

고대인들에게 불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인류에게 불은 맹수로부터 지켜주는 무기, 기나긴 어둠을 밝혀주는 보호자가 되었을 것이다. 불이 번쩍거리며 나무를 때린 번개에서 비롯됐든지, 우거진 나무들끼리 마찰에 의해서 일어났든지 이를 발견한 인류는 그때부터 새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불을 사용해 고기와 곡식들을 익혀 먹음으로써 인간의 미식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에게 가열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가장 오래된 향 제조법이기도 하다. 가열은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색과 향은 물론 물성마저 바꾼다. 캐러멜화반응(Caramelization), 마이야르반응(Mailard Reaction), 지질의 열분해(Pyrolysis) 황화합물의 가열반응(Heating Reaction) 등 복잡한 반응이 불로 인해 비로소 일어난다.

커피는 생두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 있는 향미를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불과 열을 만나는 순간, 많게는 1000여 가지의 향미를 새롭게 갖게 된다. 커피 생두가 지닌 당류와 아미노산이 고온에서 반응해 향이나 색소물질을 만들어내는 마이야르반응 덕분이다. 이 반응은 선사시대로부터 요리에 이용되어 왔지만, 루이스 마이야르라는 화학자가 1910년에야 과학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당과 아미노산이 고온에 반응하여 향이 만들어지는 이 과정은 요리와 향의 근본이 된다. 이 반응을 통해 수백 가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생두에 들어있는 커피 향의 잠재력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로스팅이다. 로스팅을 잘하면 향미의 잠재력이 극대화하지만, 그르치면 멋진 커피 생두의 향미를 망치게 된다.

영국 브리스톨 더유룸(The New Room) 교회에 있는 존 웨슬리 동상. 그가 평생 말을 타고 설교를 다닌 것이 지구를 10바퀴 도는 거리에 달한다.
영국 브리스톨 더유룸(The New Room) 교회에 있는 존 웨슬리 동상. 그가 평생 말을 타고 설교를 다닌 것이 지구를 10바퀴 도는 거리에 달한다. <사진=위키피디아>

로스팅의 핵심은 불과 열의 관리에 있다. 사람의 몸에서 열기가 사라지면 생명도 떠난다. 살아있는 인간은 섭씨 36.5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람 몸속에 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 속에 불이 있으면 열정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그 불은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을 파멸시키는 불은 분노의 불, 시기의 불이다.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불은 정열의 불이며 청춘의 불이며 비전의 불이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불을 숭배한 것이 아니라 가슴에 불을 품었던 인물이 있다. 그는 17세기 성공회 신부였던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다. 그는 사람이 가슴에 불을 품으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1738년 5월 24일 그의 일기에는 “이상하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하였다”고 적혀 있다. 마음속에 불이 당겨진 듯 가슴이 뜨거워짐을 경험한 후에 그는 삶을 짓누르고 있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이 회심(回心, Conversion)을 거쳐 열정적인 감리교 운동에 나서 세상을 변화시켰다. 웨슬리는 하루에 4~5차례, 평생 4만2000회나 거리 설교를 펼쳤다. 그의 궤적은 매년 1만2800㎞, 평생 40만㎞에 달한다. 물론 말을 타고 다녔지만, 그가 평생 이룬 ‘설교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엄청난 거리다.

웨슬리의 고귀한 삶을 커피 로스팅에 비유하는 것은 단지 필자의 단상(斷想)이지만 크건 작건 긍정적인 변화는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복감을 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의 랩에는 로스터가 돌고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조각 같은 딱딱한 생두가 섭씨 180~200도의 드럼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전혀 다른 향미 덩어리의 커피원두로 거듭나고 있다.

생두가 불을 만나 향기로운 변화를 경험하듯, 웨슬리의 가슴이 뜨거워짐으로써 세상 곳곳에 말씀의 향기가 퍼져나갔듯 봄의 길목에 서서 두 손을 모은다. 고단한 삶으로 인해 갈수록 얼음장이 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이 당겨져 그 뜨거운 경험을 통해 더욱 행복할 수 있기를…. 커피에 깃들어 있는 향미를 로스팅을 통해 불러일으키듯 세상의 행복도 로스팅으로 피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 comments

  1. 뭔가 착각하는가 본데 퀸 리더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입니다. 퀸의 전신인 스마일을 메이와 드러머인 로저테일러가 만들었고 프레디와 디콘을 합류시키면서 퀸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2. 목사님의 커피에는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네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커피를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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