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및 아동보호 부서 신설한 인도네시아 경찰, 정작 ‘여경’은···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지난 1999년 동티모르 사태로 발생한 다수의 동티모르 난민들이 인도네시아로 이동했다. 당시 난민거주 지역을 관할하던 경찰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지 여경들은 모두 안전합니다. 대부분 도시로 내보냈거든요.”

당시 보호를 받아야 할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보호할 여경들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성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이들은 물과 담요 같은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었다.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여성 경찰들을 대피시켰다는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여성 경찰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여성 경찰을 남성 경찰관의 보조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2007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각 경찰서에 여성과 아동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신설했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신매매 방지법, 아동학대방지 등 각종 법안을 제정해왔다.?변화의 바람에도 불구, 여성 경찰을 바라보는 인식 탓에 정작 기대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여성 경찰 차별은 지난 1960년대 군?경 합병의 영향이 크다. 합병 이후 1967년 여성의 경찰사관학교 입학이 금지됐으며, 여성 경찰의 행정적 권한을 남성에 비해 대폭 제한했다.

2000년 이후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여성의 경찰사관학교 입학을 허용했으며, 현재 50여명의 여성 경찰서장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십수년간 인도네시아 경찰이 채용하는 여성 수는 점차 늘어났지만, 전체로 보면 여경은 극 소수에 불과하다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전체 경찰관 중 여성은 3.5퍼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2014년 11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인도네시아 군경이 그간 여성 지원자에게 ‘처녀막 여부 검사’를 실시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 적도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아동 및 여성 관련 사회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타깃이 되며, 10대 소녀들은 조혼으로 인한 임신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경찰의 수가 늘어나고, 실질적인 업무권한을 가진 여성 경찰이 등장한다면 아동 및 여성 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호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적극적으로 여성 경찰을 채용하고, 경찰에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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