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살아있다?

올해는 420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임진년(壬辰年)이다. 기자는 새해 첫 ‘이순신 파워리더십버스’에 올랐다.

4일 아침 7시30분. 이순신리더십버스에 오르기 위해 서울 중구 초동 명보극장 앞에 도착했을 때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충남 아산 현충사로 향하는 8시 버스 출발과 함께 이날 탑승한 참석자 20여 명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리더십버스에는 충무공의 리더십을?자신의 일에 어떻게 적용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CEO, 교수, 학생 등이 참가했다.

1시간30분을 달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최영호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문학속의 이순신과 해양문학’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순천향대에 도착했다. 강의 주제는 역사 기록에 쓰여 있는 이순신이 아니라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이순신을 조명해 보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은 역사적 사실만으로 기록되지는 않으며?역사의 기록, 사초의 기록도 고스란히 기록되지는 않는다. 역사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기억된다.”

최 교수는 100여 년 전부터 창조적으로 재해석 돼 온 ‘이순신 문학’을 여러 편 소개했다. 영웅사관이 담긴 신채호의 <리순신젼>(1907), 작가로서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 이광수의 소설 <이순신>(1931), 유능한 지장(智將) 이순신이 아닌 인격체로서 이순신이 재현된 홍성원의 <달과 칼>, 비장하고 담백한 문체로 쓴 김훈의 <칼의 노래> 등.

그는 “문학작품 속에서 재현된 이순신은 역사 속에 박제된 충무공 이순신이 아닌 ‘인간적’이며 우리 시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순신으로 복원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문학작품 속에서 되레 한 차원 높은 감동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최 교수는 “누구든 영원히 사는 길은 다른 존재의 가슴에 죽는 것입니다. 이순신이 우리 속에 살아있는 한 죽은 존재가 아닙니다. 이순신은 살아있습니다”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점심식사 후 ‘과거 속의 이순신을 현재에 불러내는 작업’은 현충사와 그 주변 충무공의 옛집·활터 방문, 충무공이순신기념관 관람으로 이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음봉면 어라산 이충무공 묘소 방문이었다.

묘소 참배를 끝내고 묘소 바로 앞 잔디에 참가자 전원이 나란히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잠깐 멈춤’하는 명상 모드로 들어갔다. 10여 분간 이순신 장군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이곳 선산에는 시조부터 장군의 부친 이정 묘소와 어머니 초계 변씨의 묘소도 함께 있었다.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 ?반드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그동안 전혀 없던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에게는 시대를 초월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기자는 짧았던 이번 일정을 통해 그것이 “변화를 새로운 자극과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지나친 낙관보다는 냉철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준비하는 것이?아닐까” 생각했다.

이순신리더십버스에 동행하면서 이순신을 매개로 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또한 감사하다.

“섬을 보기 위해서는 그 섬 밖을 나와야 한다”는 말처럼 충무공 이순신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원래 알고 있던 이순신은 잠시 잊고 ‘살아있는 이순신’을 만나는 이순신파워리더십 버스에 탑승할 것을 권한다.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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