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순방 마친 아베, 중국·러시아 ‘텃새’에 고전···현지언론 “일본은 엉터리” 혹평도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일본이 ‘자원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후발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일본의 바람과는 달리,만족할만한 결실을 보진 못할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중앙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신조 아베 일본 총리가 중앙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28일 귀국했다. 일본 총리가 중앙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이후 9년만이며,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역대 일본 총리로는 첫 방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순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앙아 지역에서 높아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며 “하지만 일본이 기대하는 성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만큼 막대한 금액을 중앙아에 투자할 능력이 없다”고 보도했다.

중앙아시아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름잡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중앙아 5개국을 순방하며 총 4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일대일로’ 정책의 중심에 중앙아시아가 있다. 중국이 일본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파이프라인 사업,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등 일본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180억 달러를, 우즈베키스탄에서 85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순방당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한 돈만 150억 달러였다. 이번 순방에서 8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일본과 무려 65달러 차이가 나는 셈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진출 또한 일본은 중국에 비해 ‘후발주자’다. 중앙아 5개국 중 투르크메니스탄(이하 투르크)은 중국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에너지 무역으로 대부분의 국가수입을 창출하는 투르크를 중국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투르크는 러시아와의 가스거래가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 대신 중국이 투르크산 가스를 수입하면서 양국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현재 투르크 가스 수출량의 8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은 중앙아의 ‘황금어장’이라 불릴 만큼 투자자원이 많은 카자흐스탄에서도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카자흐스탄과 7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력을 논의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다. 중앙아시아 현지 언론 <유라시아넷>의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아직까진 최종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다”라며 “핵 비핵화 협정 및 핵 에너지의 평화로운 사용 등에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협정을 맺었으나,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같진 않다”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관계자도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중앙아 정책은 ‘정말 엉터리’(really mess)”라며 “또한 수많은 일본 기업이 중앙아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이 카자흐스탄 정부 뒤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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