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돈PB의 공감재테크⑨] 노후 준비, 제2의 인생 위한 숨 고르기

[아시아엔=홍승돈 스탠다드차타드은행 PB] 새해 달력을 받아 들면 한 번쯤은 국경일이나 공휴일이 주말과 연결된 황금연휴를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달력을 넘기며 꼼꼼히 살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경일 이외에도 이런저런 날들이 참 많다. 여성의 날이며, 물의 날 등등. 그런데 10월2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바로 ‘노인의 날’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 인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실버 세대에 대한 이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에서는 매년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과 관련한 여러 가지 발표를 하고 있는데 이 중 유독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계노인복지지표’라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충격적인 결과 때문이었다. 물론 상위권일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최하위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이러한 결과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작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약 1조2천억 달러로 전세계 15위였고, 1인당 GDP 역시 약 2만4천달러로 전세계 30위권을 달성하였다. 결국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임에도 노인들의 복지수준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주소라는 것이다.

세계노인복지지표는 세계 96개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상태, 소득보장, 고용 및 교육, 우호적 환경 등 4개 영역을 조사해 점수로 환산한 결과를 비교하게 되는데, 100점 만점에 50.4점인 우리나라는 전체 96개 조사대상국 중 50위에 올랐다.

중간은 하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50위 밑으로는 거의 비슷한 점수로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복지’하면 떠오르는 노르웨이가 93.4점으로 1위, 스웨덴이 88.3점으로 2위, 스위스가 87.9점으로 3위, 캐나다가 87.5점으로 4위를 차지하였다. 한편 아시아 국가들은 어떨까? 일본이 82.6점으로 세계 9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태국(36위), 스리랑카(43위), 필리핀(44위), 중국(48위)이 한국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물론 4가지 영역 중 좋은 점수를 받은 영역도 있으나, ‘소득보장’ 영역에서 최하위권인 80위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대다수의 노인들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은퇴를 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정부의 복지지원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은퇴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필자로서는 이 심각한 노후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

노후 준비 잘 하고 계신가요?
이탈리아의 코르라도 지니(Corrado Gini)가 소득분포에 관해 제시한 통계적 법칙 ‘지니의 법칙’에서 나온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얼마나 균등히 분배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있어 대표적으로 이용된다. 근로소득, 사업소득의 정도는 물론, 부동산 및 금융자산 등으로의 자산분배 정도도 파악할 수 있는 계수이다. 계산 방법은 먼저 가로축에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 순서로 인원 분포도를 그리고, 세로축에 저소득층부터 소득액 누적백분율(소득누적비율)을 그린다.

그러면 소득분배곡선인 로렌츠곡선이 나오는데, 여기에 가상의 소득분배균등선(45˚선)을 긋고, 소득분배균등선과 가로·세로축이 이루는 삼각형의 면적, 그리고 소득분배균등선과 로렌츠곡선 사이의 면적 비율을 구한다. 여기서 구해진 면적 비율이 지니계수다. 결론적으로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하며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
201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02로 OECD 34개국의 평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지니계수는 이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소득분배 불균형 정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노후 준비 어떻게 해야 하나?
이는 은퇴와 동시에 나타나는 급격한 소득의 감소로 인해 중간 소득계층에서 하위 소득계층으로 이동하는 가계가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1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40%가 은퇴 후를 위한 경제적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이 그 이유이기는 하나, 조사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전혀 대비를 못한다는 것은 분명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은퇴 이후의 인생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6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 교육비와 자녀의 결혼 비용이 정작 본인의 은퇴를 준비하는데 있어 발목을 잡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세계 어느 부모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10여년 전 필자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30대 중 후반이었던 우리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버림 받는 첫 세대’라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꺼냈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이에 진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맹목적인 부모의 마음이 은퇴 이후의 ‘위기의 삶’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곱씹어야 할 것이다. 자녀의 존재 그 자체가 노후 대책이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이제는 본인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것이다.

지금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거나 시작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시작이 반이라는 것에 만족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략적인 준비나 어림짐작만으로 하는 준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필요한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후자금의 준비를 점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은퇴 이후의 자금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막연하게 ‘얼마의 연금을 매월 납입하고 있으니 이걸로 내 노후 준비는 될 거야’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구체적으로 계산해서 계획하는 것이야 말로 은퇴 준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은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국어 사전에 보면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은퇴 후에 공기 좋은 시골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마당에 텃밭을 일구어 채소를 기르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냉정하게 돌아보자. 2011년 영국계 한 금융회사가 17개국 30~60세 1만7천여명을 대상으로 은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은퇴’라는 단어에서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에 대한 질문에 영국, 미국, 프랑스, 중국, 대만 등의 국가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50% 이상이 ‘자유’, ’행복’ 등 긍정적인 단어들이 떠오른다고 응답해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설계 전문가와의 상담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은퇴설계 전문가와의 상담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행복한 노후? 현실로 돌아와 냉정하게 보라
반면 한국에서는 조사 대상자 1,09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이 떠오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인들이 ‘현실에 부정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겠지만, 평생을 힘들게 땀 흘려 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에도 돈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은퇴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결국 우리나라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복지선진국처럼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사회적 안전망이마련되어 있지 않아 국가에 기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연금 역시도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흔히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면 이를 ‘고령화 사회’라고 부르고, 그 비율이 2배인 14%가 되면 ‘고령사회’라 부른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렸던 시간을 살펴보면, 프랑스는 약 115년, 미국은 약 73년, 일본의 경우 약 24년이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전문가마다 예상하는 시기에 조금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이 일본보다도 빠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UN 인구국 자료를 보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15~64세) 100명 대비 65세 이상의 인구가 약 65.7%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30년 후 쯤에는 경제활동 인구에 속한 두 명이 1.3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인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현재 출산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의 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합계출산율이 1.23명을 기록했다. OECD 27개국 중 헝가리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며 이러한 출산율의 하락으로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효율적인 노후 준비는?
따라서 국가가 아무리 노인인구를 위한 복지예산을 늘린다 하더라도 급격히 늘어나는 고령자 비율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고령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복지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저출산율 역시 지속 된다고 볼 때, 대부분 노후자금의 마련은 개인 차원의 준비로 충당해야 할 상황이다.

고객 분들의 노후자금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노후자금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한 계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준비했거나 대략적인 판단으로 준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지만, 정확한 계산이나 판단 없이 준비하는 노후자금은 시간이 흘러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예상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은퇴 후 필요하다 생각하는 자금의 규모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국금융보호재단이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은퇴 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활비는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최소 생활비를 기준으로 20대는 월평균 133.9만원, 30대는 149.3만원이 필요하다고 답 했으며, 연령이 높아 질수록 금액이 점점 늘어나 60대는 185.8만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젊을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후자금을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적게 보는 경향은 젊은 사람들이 은퇴준비를 자꾸만 뒤로 미루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은퇴 직전의 생활 수준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후자금의 규모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생활수준에 따라 은퇴 이후의 생활도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산출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은퇴 후 매월 소비지출에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가’ 생각해보자. 막연하게 은퇴를 하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돈 쓸 곳도 많지 않으니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노후자금 얼마나 필요한가?
은퇴 후에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은퇴 전과 비슷하며, 평생 동안 만들어진 소비습관도 한 순간에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에 은퇴 시점까지도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출을 줄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본인 혼자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은퇴 이후 지출 변화를 고려했을 때 우리사회에서 은퇴 시 필요한 소득은 은퇴 전 소득의 약 74.5%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기대되는 예상소득은 은퇴 전 소득의 약 57~64% 수준으로 분석 되었다 한다. 이는 은퇴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참고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의 규모는 약 160만원 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생활환경에 따른 지출규모는 각자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후자금의 준비는 그 규모와 기간에 있어 여러 변수를 고려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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