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화두 “좋은 일자리·동반성장”

1일 사회책임 국제기준 ISO26000분야 전문가 포럼서 즉석 설문조사

SSM, MRO 등 대기업횡포,?국민경제 파국 불러…“제도정치 한계 뚜렷”

고용불안과 각종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잉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대기업의 독점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극복이 지구촌 사회책임 기준에서 바라본 2012년 한국 사회의 으뜸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재벌 일가가 설립한 회사들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일감을 독점하고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면서 경쟁 제한에 따른 독점가격과 비효율이 증대하고 소비자후생 악화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가 덫에 빠질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 기준인 ISO26000 제정 때 한국 대표로 참가한 전문가 등 이 분야 전문가 20여명은 지난 1일 “중요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한국사회에서 국가와 정치지도자들의 ‘사회책임’ 관련 공약의 옥석을?가려야 한다”면서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노동과 환경, 인권, 소비자, 공정거래, 지역사회공헌, 지배구조 등 7개 ISO26000 주제영역의 전문가들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종로타워 21층 영국표준협회(BSI)에서 열린 ‘(가칭)사회책임전문가포럼’ 신년하례회에 참석, 한국 사회의 현안과 관련된 각각의 세부항목에 대해 중요도 순서대로 1인당 5개씩 투표했다.

투표 결과 ‘비정규직 문제’가 전체 투표 중 12표를 차지했다. 아울러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6표)’과 ‘몇몇 한국기업들의 노조 경시 풍토(6표)’,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5표)’ 등 노동 관련 이슈들 대부분이 고르게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ISO 기준제정 당시 노동 분야 한국대표로 참여했던 강충호 국토해양부장관 정책보좌관은 “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큰 조직이며, 기업과 정부의 노동정책에 따라 침해될 수 있는 노동자 권익을 위해 어느 조직보다 사회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형 수퍼마켓(SSM)과 대기업의 구매전문회사(MRO) 등 대기업들의 횡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모두 10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이와 밀접한 ‘대기업의 지배구조(9표) 문제’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8표)’ 역시 상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이원재 한겨레 경제연구소 소장은 “MRO, SSM 같은 이슈는 전형적인 ‘사회책임’ 관련 이슈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많은 2012년, '사회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정치인을 가려내려면 그의 입이 아닌 눈을 보고 진정성을 가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일 국내 사회책임 전문가그룹의 신년하례회 자리.

이 소장은 또 (주)대상이 지난 1989년 처음 순창에 설립한 고추장공장을 예로 들면서 기업의 사회책임이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이 회사가 공장을 세운 지 20년이 흘러 3000억 원 매출의 산업이 생겼지만, 약간의 고용기여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2012년 정치의 해를 맞은 한국의 정치계와 산업계가 ‘사회책임’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실천할 방향성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곽정수 기업전문기자(한겨레신문)는 “총선을 앞둔 한국의 각 정당들이 잇따라 ‘재벌개혁’을 얘기하는데 핵심은 ‘사회책임’”이라며 “현 MB정부의 한계는 너무도 뚜렷하고 현 야당세력도 내부에 재벌 장학생이 많고, 경제민주화를 ‘용두사미’격으로 만든 전 정권의 잘못을 자기반성하지 않는 한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안치용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사회책임’보다는 민중혁명이 필요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기득권층의 ‘사회 무책임’이 만연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품질보증원 송준일 대표는 “중동 민주화운동도 ‘사회책임’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지속가능발전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올해 한국 선거 출마자들에게 ‘사회책임’ 관련 질의서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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