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차간호의 얼음낚시

중국 10대 자연생태 축제 중 하나인 ‘차간호 얼음낚시’는 2000년 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으로는 1000년 전 요나라 황제가 해마다 신하들을 이끌고 차간호로 행차해서 첫 그물에 잡힌 가장 큰 물고기로 ‘대두어연’이라는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빙설축제가 열리는 차간호는 중국의 10대 담수호 중 하나다. 넓이가 420㎢로 서울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호수의 이름은 몽골족이 ‘차간낙이’ 즉 성스러운 흰색호수로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됐으며 지린성 최대의 내륙호수로 꼽힌다.

그러나 이 호수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연이은 가뭄으로?단 60㎡만 남은 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땅이 마르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며 괴질이 돌아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1976년부터 이곳에서 354km 떨어진 송화강과 수로를 연결하는 대역사를 벌여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운하가 완공되고 호수에 물이 차오르자 1992년부터 치어를 방류하여 호수 전체가 양어장인 천연 양식장으로 재건됐다. 또 2002년부터는 빙설축제의 일부로 승화시켜 지역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어부들이 얼음구멍을 뚫고 있는 사이 아침 해가 떠오른다.

차간호의 겨울 낚시가 많은 사람에게 호평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기를 잡는다는 것이다. 그물에 쓰인 실이 아마실에서 낚싯줄로 바뀐 것과 장비의 일부분을 금속으로 대치한 것 이외에는 1000년 전의 방법과 다를 것이 없다.

두 번째는 1년 중 겨울과 여름에 각각 한 달씩만 기간을 정해 고기를 잡는다는 것이다. 여름은 8월, 겨울은 1월이다. 그래서 차간호에는 그물만 던지면 언제나 훌륭하게 성장한 물고기들이 풍성하게 잡힌다.

그물을 넣기 위해 말과 마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 번째는 그것을 관광상품화한 것이다. 축제를 열고 회사를 설립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 계획적인 고기잡이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 것이다. 관광객들은 보고 놀라며 즐기면서 물고기를 사간다.

해마다 첫 그물에 잡힌 가장 큰 물고기는 경매에 붙여져 몇 배나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간다. 물고기를 사가는 사람들은 북경이나 장춘 등 대도시의 기업인들이다.?옛날 황제가 베풀었던 연회의 기분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차간호를 여행해본 사람들은?비슷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현지주민이나 어부들은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하는 사람에게 적극 협조한다. 다른 지역처럼 돈을 요구하거나 카메라를 피하는 일은 전혀 없다. 그것은 촬영된 그들의 작업이 매개체가 되어 국내외의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게 되며 마을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물을 따라 올라오는 물고기들, 얼음낚시의 절정이다.

지린성의 유일한 몽골족 자치현인 이곳은 칭기즈칸이 금나라를 정벌할 때 이끌고 온 몽골기병의 일부가 정착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몽골족의 마을이 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의 행정지명은 중국 지린성 송원시 전곽(吉林省 松原市 前郭) 몽골족 자치현이며, 지린성의 성도인 장춘에서 북쪽으로 193km지점, 장춘공항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다.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은 새벽 4시에 집결하는데 말 12필과 어부 50명을 한 팀 최소인원으로 해?네 팀이 운영된다. 그들은 전날 미리 꽂아둔 깃발을 따라 작업현장에 도착한다. 영하 30°c가 넘는 혹한에 마차를 타면 5분이 되지 않아 딱딱한 마차에 붙은 궁둥이는 마비되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해진다. 이렇게 한 시간 동안 마차를 타고 간 어부들은 구멍을 뚫고, 그물을 치며, 말을 모는 역할 등으로 업무가 분담되어 있다.

마지막 그물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다

새벽 다섯 시 호수에 도착하면 바로 작업이 시작된다. 전날 옮겨뒀던 그물을 펼치고 얼음송곳의 날을 세운다. 2인1조로 진행된 얼음구멍파기는 해가 뜨면서 완료됐다. 5m 간격의 구멍 200여 개, 그중 출발선으로 잡아놓은 가장 큰 얼음구멍에서 줄을 연결한 6m 길이의 나무막대 두 개를 양쪽으로 집어넣는 것에서 그물 치는 작업은 시작된다. 얼음구멍 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어 막대기에 달린 줄을 찾아 당기고 막대기가 다음 구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 준다. 이렇게 200여 개의 작은 얼음구멍으로 장대를 이동시키고 나면 그물이 빨려 들어가 금속 추를 단 쪽은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고 부표를 단 쪽은 위로 떠오르면서 높이 8m·길이 2km에 달하는 그물이 양쪽으로 펼쳐진다.

차간호의 평균수심은 5m, 그물은 차간호의 바닥까지 쓸고 지나가고 마부의 채찍질에 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물을 끌어당긴다. 장대가 들어간 반대쪽에서 두 장대가 만나고 장대를 얼음구멍 밖으로 끄집어내면 그물치기가 완료된다. 그물치기가 완료되면 휴식시간이다. 새벽 세시에 집을 나와 시간은 11시가 넘었다. 준비해 온 물만두와 라면 등을 덥혀 한 잔의 술로 허기를 달래고 빙설위에 누워서 오수를 즐긴다.

그물을 넣고 난 어부들이 점심을 먹고 오수를 즐기고 있다

정오가 지나자 그물 당기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물과 진흙만 올라오다가 어느 순간 물고기들이 아우성치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50명의 어부가 당겨 올리는 그물에는 엄청난 물고기가 고함을 지르는듯 몸부림을 치다가 이내 얼어버린다. 수백 명의 관광객은 그 경이로움에 감동을 하고 한쪽에서는 물고기를 사기 위해 흥정을 한다.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는 바로 얼어 별다른 포장이 없어도 트럭에 실을 수 있다
큰 물고기는 한 마리에 40kg을 웃돌며 하루 최대 어획량은 168t, 잡은 물고기를 트럭에 싣고 나면 차간호의 하루해는 저물어간다. 어부들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타고 온 마차에 몸을 싣고 가족이 있는 마을로 되돌아간다.
일과를 마친 어부들이 귀가하고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