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장군⑧서생현] ‘청렴대명사’ 통신감 출신 “강연 1000회 하고도 부패척결 못했으니 불명예”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서생현은 육사 14기로 임관해 통신감(소장)을 끝으로 예편한 뒤 석탄공사와 광업진흥공사 사장, 마사회 회장을 거쳐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정의사회구현을 내건 전두환이 후배 중 명망이 높은 서생현을 발탁한 것이다. 서생현은 이 기대에 맞게 ‘복마전’의 불명예가 꼬리표가 붙던 마사회에 강도 높은 개혁을 펼쳐 부정부패 추방 우수기관을 만들었다.

전두환의 문제는 퇴임 후 상왕 노릇을 하려 챙긴 권력형 비리였다. 자유당과 공화당은 돈으로 정치를 했다. 정치는 표를 얻는 것, 표를 얻으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을 움직이려면 돈이 들어간다. 이것이 여야를 가리지 않은 한국 정치의 현실이었다.

서생현은 “조직에서 ‘비리’라는 전염병을 예방해주는 백신은 인사”라며 “능력 있고 정직한 사람을 요직에 임명하면 조직이 살아난다”고 한다. 그는 “윗사람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며 “청렴은 물 같아서 위가 더러우면 반드시 아래가 더러워진다”고 했다. 대통령은 장관, 총장을 잘 골라야 된다. 특히 작은 조직에서 인사권자는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 육군보다는 해·공군, 보병보다는 공병 통신 병참의 병과장 영향력이 큰 이유다.

서생현은 집 주소를 비밀에 부쳐 명절에도 선물 하나 받지 않았다. 고급 관용차는 중형차로 바꿨고, 해외출장을 가도 1등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공인의 청렴은 일상적인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주변을 살피면 안다.

필자는 40년 전 서울대 문리대 위탁교육을 받으며 동숭동에서 하숙한 적이 있었다. 주인 집 아주머니가 남편이 육사 14기 통신장교라고 했다. 검소한 차림과 살림이 인상적이었는데 나중 알아보니 서생현의 부인이었다.

미군은 2차대전 중 통신병과 장교들이 국가적으로 통신 발전에 기여한 바가 많았다. 육군에서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우수한 장교들이 통신병과로 많이 갔던 때가 있었다. 서생현도 그중 하나다. 후배들로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같다”는 칭송을 받은 16기 박윤종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권이나 초기에는 개혁을 한다고 수선을 떤다.

의지는 분명하지만, 막연한 부패추방, 공직자 개혁으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요점은 실천을 위한 방법과 수단이다. 스웨덴은 30만원짜리 선물을 공공카드로 산 부총리를 쫓아낸 나라다. 1등국가는 이런 데서부터 확실한 나라다. 우리도 이런 부분부터 철저히 챙겨야 한다.

공무원이 청렴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사회 모든 부문이 청렴하게 움직여져야 한다. 사단법인 연구소나 동창회를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봉사로 생각하고 “어련히 잘 하겠지” 한다. 그런데 이런 데서도 불쾌한 일들이 벌어진다. 주머니 돈과 쌈지 돈을 분별하지 않고 쓴다. 이래서 정의감이 반듯한 장교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서 장군은 “사회가 청렴하면 내 강의가 필요 없을 것 아닙니까? 1000번이나 강의했다는 것이 명예롭지 않아요”라고 한다. 사관학교 출신만이라도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서생현 장군은 사관학교 출신도 간혹 잊고 있는 청렴이 제1의 덕이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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