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기업’ 3위 오른 삼성의 3가지 문제

백혈병사망?주요 이해관계자로 다루고 투명한 설명했어야

전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을 뽑는 ‘퍼블릭 아이 어워드(the Public Eye Awards)’에서 국내 기업 삼성이 3위에 올라?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이 지구촌이 요구하는 사회책임 가이드라인에 맞게 대응했으면 이런 ‘언짢은’ 뉴스를 보지 않아도?됐으리라는 생각을 전하고?싶다.

세계에서 가장 나쁜 기업은?

퍼브릭 아이 어워드(Public Eye Award, www.publiceye.ch) 홈페이지의 네티즌 투표 결과

지난 27일 그린피스 스위스지부와 시민단체 베른선언(Berne Declaration) 발표에 따르면, 연인원 8만8천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브라질의 광산·건설업체 발레(1위)와?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주범 텝코(구 도쿄전력, 2위)에 이어 나쁜 기업 3위에 삼성의 이름이 올랐다.

이번 투표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중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일명 다보스포럼)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됐다. ‘나쁜 기업’ 선정 결과와 사유는 이 단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publiceye.ch)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위를 차지한 발레는 아마존에 벨루몬테 댐을 지으면서 4만명을 쫓아내며 지역사회와 자연 환경을 파괴했고, 2위를 차지한 텝코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조적 안전장치를 무시한 채?핵발전소를 가동,?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초래한 점이?순위에 반영됐다.

퍼브릭 아이 어워드(Public Eye Awards)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삼성 관련 이미지

삼성이 3위에 선정된 주된 이유는 작업 중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140명의 노동자들이 암진단을 받았고, 5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어워드측은 아울러?삼성이 지난 50년 간 환경오염과 노동조합 탄압의 역사가 있으며, 부패와 탈세 등의 문제가 있다고?선정 이유를 밝혔다.?퍼브릭 아이 어워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High-tech gadgets built on the backs of workers: South Korea’s richest conglomerate uses banned and highly-toxic substances in its factories, without informing and/or protecting its workers. As a result at least 140 workers were diagnosed with cancer, of which at least 50 young workers have died. Despite clear evidence, Samsung denies its responsibility and publicly discredits the sick and deceased, as well as their relatives. Samsung has a history of over 50 years of environmental pollution, trade union repression, corruption and tax flight. Samsung’s power in South Korea is so great that many citizens speak of the ‘Samsung Republic’.” (노동자들의 등골 위에 지어진 하이테크 장비 : 한국의 최고 재벌 기업이 자신들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전 정보 제공이나 보호 장치 없이 금지된 고독성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최소 140명의 노동자들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들 중 최소 50명이 죽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지만, 삼성은 책임을 부인하면서 관련 직간접 피해자들과 그들의 친인척들로부터 공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50년 동안 환경오염과 노동조합 금지, 부패와 탈세 등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삼성의 권력은 너무 지대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삼성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백혈병과 암 발병을 둘러싼 노사간 논쟁

이번 이슈를 제기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한 뒤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사례는 작년 기준 140여 건에 이르며, 지난해 6월에는 이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번 선정결과에 대해 삼성은 지난 13일 “후보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주최 측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26일 삼성이 보낸 항의서한 전문을 공개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언론에 공개했다.

삼성은?항의서한에서?”삼성은 종업원의 복지를 매우 중요시하며, 세계 수준의 안전보건 환경을 유지하고 있고, 이 분야에 대해 특별히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문제들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2011년 발표된 인바이런(ENVIRON)사의 연구를 인용해, “사례들과 작업장 노출 사이의 연관성은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노동부가 추천한 민간 컨설팅팀’의 조사들에서도 작업환경과 직원들의 질병 사이에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런?주장에 대해 반올림은 “실제 자료들은 삼성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삼성이 주장한 것과 달리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반도체 생산 여성 노동자들의 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s lymphoma)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이상이었으며, 백혈병 위험 역시 일반인구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또 “삼성이?언급한 ‘민간 컨설팅팀’의 조사란 서울대학교 등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조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의 노출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2010년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일부 내용이 공개됐을 뿐, 정작 삼성은 보고서 공개를 거부해왔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반올림은 이와 함께 “인바이런(ENVIRON)사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으나, 이 회사가 환경오염을 일으킨 기업들이 규제나 소송에 맞서기 위해 고용하는 대표적인 컨설팅 회사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이번에 가장 나쁜 기업 3위에 삼성이 선정된 과정과 이 이슈를 제기한 ‘반올림’과 ‘삼성’의 대응을 보면 ‘사회적 이슈’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2010년 11월 세계표준화기구(ISO)가 제정 공표한 ISO26000(SR)은 모든 조직들이 준수해야?할 사회책임(SR)과 관련한 이슈 정립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사회적 보고(Reporting) 방법론 등에 대해?기술하고 있다.

ISO26000 로고.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위한 각 분야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ISO26000의 원칙에 따르면, 삼성의 대응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ISO26000 기준에 따르면,? 삼성은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피해를 본 노동자들을 주요한 이해관계자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해관계자 식별과 참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면 그 이후의 여러 가지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은?’설명책임(Accountability) 측면’의 문제다.?공해문제와?환경문제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개연성설’이다.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오염 원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반대 입증을 하지 못하면 책임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ISO26000에서는 제기된 이슈에 대해?조직의 ‘설명책임’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투명성(Transparency)의 원칙’이다. 산업재해 및 직업병 관련 조사를 했는데, 그 자료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ISO26000 원칙에 어긋난다. 사회적 쟁점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서는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또 다른 의혹과 불신을 야기하게 된다.

ISO26000은 기업을 포함해?모든 조직의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7개 핵심 주제별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직업병 문제이지만, 앞으로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의 경우, 노동관행과 부패방지 및 협력업체와 관련한 공정운영 관행 등에서 새로운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이미 세계의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여부를 구매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때다.

hwang@srkorea.asia

One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