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만 돌파 ‘연평해전’···국군통수권자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영화 <연평해전>을 보았다. 장쾌한 승리를 거둔 연평해전을 기대하고 갔는데, 실은 서해교전, 즉 제2연평해전에 관한 영화였다.

서해교전을 제2연평해전으로 부르기로 하였다는 것이 생각났으나, 두 해전을 같은 연평해전으로 부르는 것은 역시 자연스럽지 않게 들렸다. 서해교전 당시 국방부 군사지휘본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것이 생각났다. 군의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의장은 장성 진급자 계급장 수여식에 가 있었고, 군정 책임자인 해군참모총장이 작전본부장과 함께, ‘조그마한 사건’을 수습하고 있던 어이없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2함대사령관은 부하를 잃은 데 분함을 이기지 못하다가 일찍 세상을 떴다. 호탕하면서도 치밀하여, 아끼는 후배였기 때문에 비통하기 짝이 없었다.

적의 선제사격을 받은 참수리호는 타격을 입고 여섯 명의 장병이 전사하였지만, 제2연평해전은 우리의 승전이었다. 우리 해군의 반격을 받은 북한 함정은 돌아가서 곧 침몰하였다. 사상자는 우리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상부에서는 이 사실을 밝히지 못하게 했다. 통신비밀이라나! 어차피 감청은 서로 간에 공개된 비밀이었다. 때문에 쌍방은 당연히 주기적으로 암호체계를 바꾼다. 그보다는 김정일의 체면이 깎이는 것을 피하고자 했을 것이다.

연평해전의 승리를 모두 대통령의 ‘명확한 통수지침’에 돌렸던 전임 장관 때문에 “‘먼저 사격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당부는 불가침의 통수지침이 되었다. “‘먼저 사격하지 말라”는 것은 군을 잘 모르는 대통령으로서 “남북갈등이 자칫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정도의 당부였을 것이고, 이는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침이다.

우리의 전략은 한미연합억제전략이다. 전쟁을 억제하되, 억제 실패시에는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한다. 정책차원의 전략은 대통령의 몫이나, 이를 전장에서 구현하는 것은 군사전문가의 몫이다. 은폐, 엄폐가 가능한 지상에서 총탄 날아오는 것과 해상 공중에서 미사일을 맞는 것은 다르다. “먼저 사격하지 말라”를 “적의 사격을 받은 다음에 응사하라”로 연역하는 것은 병역미필 민간인이나 할 소리다.

북한과 ‘통일을 지향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는 DJ때 시작된 것도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 노태우 대통령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이 기조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대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고도의 절제와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대북억제의 기본은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해야 된다.

당시의 대통령은 이미 저승에 가 있으나 ‘군인을 버린 대통령’이라는 낙인은 그에게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적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장관, 의장, 작전계통의 주요 직위자도 후배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통수지침 때문에 해군장병들이 선제공격을 받아 상당수가 사상자가 되어 돌아왔는데 도쿄에서 환호작약하고 있던 DJ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최근 <조선일보> 1면의 ‘대통령이 버린 군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라는 문구는 모든 것을 집약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을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세상에 이보다 비통한 것이 없다.

DJ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부모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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