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언 평창비엔날레 예술감독 “동계올림픽에 문화의 옷을 입히자”

<사진=차기태 기자>

이재언 평창비엔날레 예술감독 인터뷰 “문화 재도약을 위한 계기 돼야”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오는 7월23일 강원도 평창은 지상에서 보기 드문 ‘천국’이 문을 연다.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자연환경’의 선물과 인간의 창조적 영혼이 어우러진다. 바로 그날 국제적 미술제인 제2회 평창비엔날레가 개막되고 저녁 때 대관령음악제도 막을 올린다.

평창은 이제까지 자연환경만 수려한 산골짜기로 알려지고 ‘문화’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 ‘불모지’에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작품이 선보이고 고전음악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경우 올해 12회째를 맞이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술이라고 하는 또다른 문화행사가 열리니 평창은 이제 단순한 산골짜기가 아니다. 청정한 자연환경과 어울려 영혼을 치유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곳이다. 신의 선물과 인간의 창조적 영혼이 함께 숨쉬는 고장으로 ‘변용’하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2018년에는 지구촌 겨울스포츠제전인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그 때 평창은 또 한차례 ‘변신’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올해 평창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미술평론가 이재언(57)씨의 어깨는 자못 무겁다. 미술이라는 문화적 행사를 잘 치러야 함은 물론이고, 올림픽에 ‘문화’의 옷을 입혀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원래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문화와 체육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였으니 이번 올림픽도 문화올림픽이 되어야 합니다.”

고대그리스에서 시작된 올림픽이 도시국가끼리 전쟁도 멈추고 함께 어울렸던 문화축제였다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도 그런 문화축제 같은 올림픽을 만들기 위한 서곡이요 축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재언 예술감독의 지론이다. 이재언 예술감독이 이번 비엔날레를 기획하는 초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니 단순한 서곡이나 축포도 아니다. 평창올림픽 이후 평창과 강원도의 존재가치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적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 강원도와 평창의 존재가치는 그런 ‘문화’가 없어도 충분하다. 깨끗하고 빼어난 자연환경이 있으니 관광자원도 넉넉한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수려한 자연환경이라도 문화의 옷을 입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보고 느끼고 공감을 느끼는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관광지가 되기 쉽다. 한번 지나가면 잊혀지고 만다. 그러므로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와 결합된 차원 높은 관광을 위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 감독은 강조한다.

이번 평창비엔날레의 주제는 ‘생명의 약동'(Elan Vital). 생명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vital의 발음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강원도를 가리키는 용어 ‘비탈’과 같다. 주제에 의미와 함께 약간의 ‘언어유희’도 보탠 셈이다. 강원도의 자연에 넘치는 생명력과 약동하는 기상을 함께 표현하는 뜻에서 선정됐다. 문화올림픽을 꿈꾸는 비엔날레의 목표와도 잘 어울린다.

비엔날레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주제전시를 비롯해 특별전으로 마련된 ‘포스트 박수근’전, ‘DMZ별곡’전, ‘힘있는 강원’전의 특별전, 그리고 미술작품장터(Giax Fair)에 모두 180여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다.

<사진=차기태 기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주제전에는 회화 조각 미디어 분야의 작가 51명이 참가한다. 이 가운데 22명이 외국작가이다. 이들 작가의 작품은 ‘내면의 파노라마’와 ‘기운생동’, ‘위대한 일상’ 등 3가지로 나뉘어 전시된다. 작품성과 흥미, 치유에 역점을 둔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이재언 감독은 전한다.

‘포스트박수근’전은 강원도 출신 대표화가인 박수근이 후배화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조명하는 기획이다. 박수근의 아들(박성남)의 회화작품도 출품된다. 비엔날레 개막일보다 다소 이른 7월15일 개막돼 10월까지 평창 춘천 양구 강릉 등을 순회한다.

‘DMZ별곡’전에는 남북한 분단의 상징인 DMZ의 생태와 풍경을 담은 국내작가 27명의 회화와 판화작품이 선보인다. 이 기획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 작품구상을 위해 현장답사를 마쳤다.

‘힘있는 강원’전은 춘천MBC와 공동으로 강원도 출신 중견작가 22명의 작품이 출품돼 7월 10~26일 국립춘천박물관에 전시된다.

GIAX페어에는 30여명의 작품이 출품돼 평창 용평타워콘도에서 7월 23~27일 전시된다. 이밖에 평창비엔날레 관람객을 위한 아트체험행사가 7월23일부터 8월11일까지 20일동안 주제전시장에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개최지 강원도민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강원도 출신작가들을 배려했다. 그렇지만 배타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역량있는 작가들에게도 폭넓게 참여기회를 마련했다.

전시도 ‘찾아다니는 전시’로 진행된다. 보통 비엔날레에서는 일정한 장소에 작품이 전시되고 관람객은 그 곳에 가야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평창비엔날레에서는 강원도내 16곳을 돌며 작품을 보여준다. 문화소외지역에 대한 배려와 함께 참여작가의 관심을 동시에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평창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대관령목장 입구에 대형 조형물도 선보인다. 조각가 장국보가 화강암으로 제작한 ‘어부상’이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모습과 당기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표현한 것이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작가가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다음 비엔날레를 위해 대관령 목장을 무대로 한 전시도 구상해 보았다고 이 감독은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와 3년 후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강원도와 평창의 문화 재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합니다. 아울러 광주나 부산 청주 등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와 달리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한 차별성을 확보해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번 비엔날레를 이끌고 있는 이 예술감독의 눈은 벌써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비엔날레 개최를 위해 할애된 예산이 아주 적어 힘들기는 하다. 그렇지만 진정한 예술정신 앞에 예산타령은 있을 수 없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축적되고 함양된 예술적 안목과 정신을 온전히 투여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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