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백호주의’ 불명예 호주, 무슬림 차별 일상화···교육수준 높아도 취업률은 저조

“무슬림 이름으로 작성 퇴짜받고 앵글로색슨 이름 바꿔내니 곧바로 회신”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20세기 이른바 ‘백호주의’(白濠主義)로 아시아계 이민을 제한했던 호주가 최근엔 무슬림들의 일자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최근호에서 “무슬림들은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얻을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채 일상화된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슬림과 비무슬림 간 이해를 위한 국제센터’(ICMMU)가 2011년 인구조사(센서스)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교육 및 고용과 관련한 이번 연구가 종교적 차별이 분명히 드러난 사례”라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 중 약 32%만이 고용된 상태로 이는 전체인구 대비 46.8%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취업 전성기랄 수 있는 25~44세 연령층으로 가면 이런 경향은 더욱 확연하다. 이 연령층 무슬림은 54%가 고용돼 있고 7.4%는 실업상태였다. 반면 같은 연령대 전체 인구조사에서는 78.4%가 취업한 상태였고 무슬림의 절반 수준인 3.8%만이 미취업자였다.

취업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무슬림의 교육수준은 전체 인구보다는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슬림 남성 중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이는 45%로 전체 인구의 37%보다 8% 많고, 대학과정을 이수한 경우도 17.9%로 전체 인구 13.9%를 앞질렀다.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이같은 교육수준과 고용 사이의 부조화가 무슬림을 호주사회에 통합시키는 데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CMMU의 리아즈 하산 소장은 호주국립대(ANU) 경제학자들이 4천명의 거짓 취업서류를 제출한 뒤 인종을 기초로 회신 비율을 조사한 결과도 무슬림이 더 차별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 앵글로색슨계 이름으로 취업서류를 제출했을 때 회신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중동계 이름일 때는 회신 비율이 가장 저조했다.

하산 교수는 또 자체적으로 한 실험결과도 공개했다. 좋은 자격을 갖춘 무슬림 여성에 대해 본래 이름으로 취업서류를 제출했을 때는 답이 없다가 이를 앵글로색슨계 이름으로 바꿔 서류를 다시 제출했더니 30분 만에 회신이 왔다는 것이다.

하산 교수는 “무슬림의 취업률이 낮은 데는 언어 등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호주 노동시장에 일상화된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에선 아시아 국적이나 아시아계 이민자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표현인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팀 사우트포마산 호주 인종차별위원장이 지난해 7월 한 강연에서 밝힌 바 있다. 사우트포마산 위원장은 “호주의 이민자 자녀들은 호주에서 태어난 부모를 가진 자녀들보다 학교나 직장에서 성취도가 뛰어난데도 요직에 등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에게 존재하는 ‘유리천장’과 같은 ‘대나무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우트포마산 위원장은 또 “전체 호주인의 거의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해외에서 태어난 부모를 갖고 있고, 호주인 10명 중 1명이 아시아계지만 연방하원에서 유럽계가 아닌 의원은 단지 소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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