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넷플릭스의 해스팅스가 위대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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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적당한 시기’다. 대세가 어디로 가는가는 누구나 안다. 그러나 적당한 시기에 거기에 올라타는 것, 그것이 어려운 거다. 너무 일찍 타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타도 안 된다. 적당한 시기가 그래서 중요한 거다. 해스팅스의 넷플릭스처럼.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미국에는 인재 중의 인재들이 기라성같이 많아 학계, 정계,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다.

빌게이츠를 우습게 보는 스티브 잡스, 잡스를 우습게 보는 엘리슨, 엘리슨을 우습게 보는 페이지, 페이지를 우습게 보는 저크 버그 등등….

불같은 열정, 찬란한 두뇌, 따라주는 대운, 거기에다 든든한 지원자들과 기막히게 머리 좋은 스탭들….

한 인생 시원하게들 살다가는 거다. 대박에 또 대박…. 물론 그러다가 많이들 망하기도 한다.

미국에는 인재가 각 분야에 많지만 방송 미디어계에 제일 많지 않나 싶다.

AOL, 디즈니, 유튜브, 케이블 등 말이다. 이런 매체를 장악한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황제 취급을 받는다. 한국도 매체를 장악한 사람들이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루퍼트 머독과 예전의 테드 터너, 블룸버그가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배리 딜러와 바로 넷플릭스의 해스팅스다.

오늘은 해스팅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80년대 후반 인터넷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사람들은 ‘이제 전화선 아니면 무선으로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됐다. ‘영화도 사람들이 집에서 전화로 배달해서 보구’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로 투자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사이도 살다보면, ‘아하, 미래에는 그리로 올인해야 돼’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면 보통 망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런 저런 작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목을 잡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법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또 막상 시장규모가 예측했던 것보다 형편없이 작은 경우가 많다.

망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보통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회장들께 내가 늘 권하는 말이 있다. “비전을 가지면 안 된다. 미국에서 MBA하고 돌아온 아들이 비전 가졌던 재벌 치고 아직 남아있는 재벌 하나도 없다.”

인터넷 초기 “아하, 미래는 VOD로구나”라고 대세가 그리로 흘러갈 적에 과감히 “아냐! 안 그럴 수도 있어!”라고 도전장을 낸 사람이 바로 블럭버스터의 데이비드 쿡이다.

오히려 反기술적인 전통적인 매장을 열어서 사람들이 저녁 먹고 들러서 비디오를 빌려가는 그런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의 연쇄점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엄청 커져 버린 거다. 그래서 팔리고 되팔렸는데 마지막 가격이 거의 200억달러가 됐다. “VOD 대세 좋아하시네”가 된 것이다. 그리고 재작년에 망했다.

전통적인 매장을 열어서 VOD 대세론에 도전장을 낸 사람이 데이비드 쿡이면, 넷플릭스의 해스팅스는 영화를 편지봉투에 넣어서 집에다 배달해주는, 그때 생각해도 지극히 원시적인 상술을 사용했다.

다들 웃었다. 미국에는 독서클럽이 그런 비슷한 것이 원래 있었다. 매달 좋은 책을 아주 싼 가격으로 2권씩 배달해준다. 필자만 해도 넷플릭스가 곧 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 사람들이 편지로 영화를 배달 받던 사람들을 온라인 구매자로 바꾸는데 성공해버린 거다. 그때부턴 물류비용이 제로다. 지금 아마존도 물류비용 때문에 적자다.

처음부터 VOD로 했으면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쉽게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편지봉투에 넣어서 영화를 DVD로 보내주더니 ‘적당한 시기에’ VOD로 전환해버리니 사람들이 쉽게 따라오게 된 거다.

지금 미국에서 최고로 돈 잘 버는 회사 중의 하나가 됐다. 거기에다 좋은 영화를 참 잘 고른다. 넷플릭스가 골라주는 영화는 그냥 보면 어지간히 괜찮다. 그리고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영화를 골라준다.

우리 아이들이 넷플릭스에서 내게 권해주는 영화 리스트를 보고 데굴데굴 구른다.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 귀신같이 안다” 이러면서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나 정말 너무 피곤해서 오늘 딱 하루만 이런 저질 영화 본다. 아빠 이런 영화 정말 싫어하는 것 잘 알지?” 서너번 반복하곤 결국 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적당한 시기’다. 대세가 어디로 가는가는 누구나 안다. 그러나 적당한 시기에 거기에 올라타는 것, 그것이 어려운 거다. 너무 일찍 타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타도 안 된다. 적당한 시기가 그래서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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