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네팔통신③]불가촉천민 파손 가옥···’우공이산’ 정신으로 구호

다운로드2KakaoTalk_20150426_223958819

[아시아엔=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목사] 지구촌사랑나눔봉사단 15명은 지금 카트만두 남쪽 ‘두꾸찹마을’에 있습니다. 구비진 산골길을 돌아 강을 건너고 차에서 내려 30여분을 걸었습니다. 두꾸찹마을은 산자락을 계단식으로 깎아 집을 지어 사는 곳이라, 차량진입도 마을 어귀까지만 가능합니다. 이곳엔 카스트 계급의 최하층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달릿(불가촉천민)’이 사는 지역입니다. 불가촉천민이란 ‘손을 되면 안 될 정도로 천한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이번 대지진으로 가옥 80~100여 채가 파괴됐고 주민 6명이 사망했습니다. 언덕배기 중간에 있던 2층집이 무너져 일가족이 사망했습니다. 2층 앞면이 모두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나머지 벽과 기둥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매우 위험해 보입니다. 벽을 밀거나 손을 대기만 하면 무너질 것 같습니다. 결국 저희는 이 2층집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건물해체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건물과 바로 붙어있는 옆집도 이미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다간 옆집까지 위험한 상황이라 함부로 건물을 해체시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먼저 긴 기둥으로 2층 입구 돌을 헐어 냈습니다. 지붕을 헐어 내려야 하는데 내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들어가서 정탐해야 될 상황입니다. 준비해간 밧줄을 걸고 당겨 지붕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하는 고민입니다. 순간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결론은 났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제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무슨 사고가 있다 할지라도 제가 나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눈길을 갈 때 미끄러우면 운전은 제가 도맡았습니다. 사고가 나도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가 들어가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짧게 기도를 했습니다.

허리띠를 조이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 들어갑니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오르자 낡은 바닥이 흔들립니다. 밖에서는 들어가지 말라고 외치다가 다시 나오라고 성화입니다. 사실 안쪽은 두 개의 기둥이 지붕을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리를 질러 밧줄을 건네받았습니다.

밧줄을 지붕의 서까래 양쪽에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내려와서 멀찌감치 줄을 늘였습니다. 20여명이 신호에 맞추어 양쪽 밧줄을 잡아당겼습니다. 육중해 보이는 지붕이 털썩 마당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환호성과 함께 묵고 묵은 먼지가 눈앞을 가리며 피어올랐습니다. 자욱한 먹지가 가라앉자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됩니다. 일부는 짚을 묶어 비탈에 쌓기 시작합니다. 지붕을 구성했던 나무들을 가지런히 모으기도 합니다. 돌과 벽돌로 쌓여진 두꺼운 벽을 해체시키고 이어서 2층 나무와 흙으로 만든 바닥도 뜯어냅니다.

몇 십년 숨 죽였던 먼지들이 올라옵니다. 마스크를 썼지만 숨은 턱 밑까지 차오릅니다. 입에서는 돌가루들이 씹히는 느낌입니다. 당장 마스크를 벗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도 집주인 아주머니는 고단한 삶을 함께한 손때 묻은 생활용품들을 집어냅니다.

좁은 골목길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줄을 서서 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바라만 보던 주민들 몇 명도 동참합니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정리를 하고 드디어 오늘의 수행과제를 완성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자 서로를 바라보며 놀리기 시작합니다. 마스크 윗쪽 코 옆에 까만 먼지가 끼어 묘한 형상입니다. 서로 “고양이 같다”며 사진을 찍습니다.

해체된 집 앞 마당에서 전체 기념촬영을 합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연신 손을 모으고 인사를 건넵니다. “단네밧 단네밧!”(고맙습니다)라는 네팔어입니다.

우리도 함께 “단네밧”으로 화답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산길을 내려갑니다. 며칠 뒤, 새로 가져 온 아이들의 신발과 학용품을 나누기 위해 두구찹마을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차를 타고 마을로 가는데 ‘아뿔사’ 길이 막혀 있습니다.

2차 강진으로 산사태가 나서 흙과 돌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가져간 삽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합니다. 의아하다며 왜 정신 나간 짓을 하느냐는 듯 물어옵니다.

“내가 산사태로 무너진 이 흙을 치우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실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삽 한 삽 떠서 산을 옮기다가 아니 되면 아들이 합니다. 그 아들이 하다가 아니 되면 손자가 합니다. 그렇게 흙을 퍼 나르다보면 산을 옮긴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산(移山)의 정신으로 살아가야 하겠지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