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언론 어제와 오늘③] 에르도안, ‘금융위기’ 틈타 반정부언론 친정부매체로 통합

다운로드22015-05-13 11;16;54

[아시아엔=압둘하미트 빌리지 터키 <지한통신> 사장] 터키 언론사들은 2001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간접적인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 또 한편으로 AKP 집권 기간 동안 정부는 관급공사 등 관청 주도 입찰을 통해 사업을 크게 성장시킨 기업가들에게 언론사를 떠넘겼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AKP는 현재 터키 전체 언론 중 80% 이상에 대해 직간접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

터키언론에서 반대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Sozcu>(대변인) <Cumhuriyet>(공화국) <Zaman>(시간) <Bugun>(오늘)과 같이 귤렌운동과 연관되어 있는 몇몇 좌파성향의 세속주의 신문들이 계속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있다. 이러한 언론사를 통해서 제시된 의견들이 다른 매체들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못하고 있다. 주류언론에서 일하고 있는 자유주의 저널리스트들이 아직 일부 있긴 하지만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순치된 언론

정부가 순종적인 언론을 만들기 위해서 이용하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들이 사용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용의 범위와 강도는 과거 일당독재시대 (1925~50년) 때와 비견될 정도이다. 1980년대에 시작한 대기업의 언론사 교차소유는 이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거대기업들이 언론사를 소유할 경우 많은 혜택과 이익이 따라붙었다. 다른 분야 투자나 발전에 크게 유리해졌다.

즉 이들 대기업들은 언론사를 통해서 정부자산의 민영화와 공공입찰에서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이들 기업의 (터키 수도인) 앙카라 지사장들은 회사의 돈벌이를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정부는 기업가들에게 경쟁입찰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언론부문에 진출하도록 부추겼다. 자연히 이들 기업인들은 정부의 요구에 순응하기 마련이다.

터키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부와 가까운 여러 언론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 언론사들은 AKP의 정책들을 절대지지하고 있다. 과거 이들 언론사들은 오피니언면을 통해서 어느 정도 반정부적인 비판 글을 싣기도 했지만 2010년 이후 이러한 비판은 점차 사라졌다. 다른 한편으로 친정부 언론사들은 주류언론으로 평가받던 전통적인 언론사들만큼 영향력은 없었다. 따라서 AKP는 주로 중도좌파 성향의 매체에 대해 언론통제를 가했다. 종교자유와 관련된 사안 및 정부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던 주류언론사들이 바로 정부의 통제대상권에 든 것이다.

정부는 이 언론사들의 주인을 교체하기 위해 터키예금보험기금(TMSF)을 활용했다. TMSF의 권한 중 하나는 은행과 금융기관에게 진 채무를 상환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 기관은 때때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의 재산을 몰수하는 한편 가능한 한 이를 빨리 매각토록 했다. 1990년대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은 은행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2001년의 금융위기 동안에 파산했고 정부는 언론사를 포함한 이들 은행의 자산을 몰수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TMSF와 정부는 언론계 판도를 장악하는데 중요역할을 수행했다.

자체 언론사를 설립하기 위한 AKP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스타미디어그룹이었다. 1999년 우잔그룹에 의해서 <스타데일리>가 창간됐으나 파산 및 금융사기로 TMSF에게 몰수됐다. 이후 스타데일리는 다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기업가에게 매각됐다. 정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텔레비전 채널인 <카날24>를 스타미디어그룹에 흡수시켰다. 지금까지 몇 번의 소유권 변경이 있었지만 이 그룹은 계속해서 정부의 대국민 홍보를 위한 주요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언론통합

스타데일리와 마찬가지로 사바-ATV그룹도 2007년 파산으로 인해서 TMSF가 인수했다. 2008년 투르쿠아즈미디어라고 다시 이름을 바꾼 이 그룹은 11억 달러에 칼릭 지주회사로 매각되었다. 당시에 이 매각은 큰 논란이 되었다. 왜냐하면 칼릭 지주회사는 4억5천만 달러만 지급했고 그 나머지는 국영은행인 바키뱅크와 할크뱅크의 대출금으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주회사의 회장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에 이 지주회사의 CEO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였다. 이 그룹의 언론부문은 알바이라크의 형제가 대표를 맡고 있었다.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칼릭은 2013년 미디어 자산을 매각하려고 해외투자자들을 찾아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뉴스코프, 타임워너, TPG캐피탈, KKR 및 두바이의 아브라즈그룹 등이 여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칼릭의 지주회사는 투자자 모집을 중지한 다음 2개월 후에 이 회사를 칼리온그룹에 매각했다. 당시에 칼리온은 이스탄불의 신공항건립 경쟁입찰 사업자로 선정된 컨소시엄의 일원이었다. 2013년 12월25일 부패수사를 통해서 유출된 문서와 전화도청 내용은 이 회사의 결정과 관련한 중요한 근거를 밝혀주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시 에르도안 총리는 이 그룹과 모종의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에르도안은 이 그룹을 자신의 심복으로 두려고 했다. 이 합의에 따라 칼리온그룹은 투르쿠아즈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6억3천만달러를 지불하려고 했다. 또한 바키프뱅크와 할크뱅크에서 빌린 칼릭지주회사의 7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도 떠안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칼리온그룹은 6억3천만 달러를 지불할 능력이 부족했다. 에르도안은 당시 교통해양통신부 장관이던 비날리 일디림에게 최근 주요 정부입찰에서 낙찰받은 기업가들로부터 거액을 모으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정치헌금 대가로 미래의 정부프로젝트 수주 특혜를 약속받았다. 이런 과정을 취재하게 된 소수의 정의로운 비판적인 성향의 저널리스트들은 친정부 성향 언론인들과 구분하여 스스로를 ‘민초를 위한 언론’이라고 불렀다.

2개의 전국 TV채널과 1개의 디지털 유료TV 운영사, 그리고 2개의 일간신문을 보유하고 있는 쿠로바(kurova) 미디어그룹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소유권이 변경되었다. TMSF는 2013년 쿠로바미디어그룹의 모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자 이 그룹의 통제권을 차지했다. 그후 일간신문 2곳, 디지털 유료TV 및 TV채널 중 하나가 친정부 기업에 매각되었다. 당시 이 회사는 역시 친정부적인 스타데일리와 카날24 뉴스채널을 소유하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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