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언론 어제와 오늘①] ‘지한통신’ 대표 ” 1990년대초까지 암흑기···정부 방송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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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하미트 빌리지 지한 통신사 대표 <사진=라훌아이자즈>

 

터키를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지성으로 꼽히는 압둘하미트빌리지(Abdulhamit Bilici) 지한(Cihan)통신사 대표가 지난달 하순 한국을 방문했다. 빌리지 대표의 방한은 이스탄불문화원과 서울대아시아연구소가 ‘한국-터키 상호이해 연속세미나’ 일환으로 터키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엔>은 빌리지 대표가 4월22일 서울대에서 ‘한국과 터키에서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 발제문을 본인의 승낙을 받아 요약 편집해 몇차례로 나눠 게재한다. 그는 ‘터키의 민주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과 문제들’에 관한 주제발표에서 내린 결론은 이랬다. “언론은 대중의 요구와 선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언론사에는 때때로 논쟁을 부추기는 칼럼니스트들이 너무 많다. 언론은 탐사저널리즘에 좀더 많이 투자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편집자

언론자유 없는 민주주의

[아시아엔=압둘하미트 빌리지 터키 지한통신 사장]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요소다. 토마스 제퍼슨은 “국민의 의견이 정부의 토대이므로 이것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약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정부가 없는 신문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제퍼슨은 “그러러면 사람들이 신문을 받아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터키도 지난 수십년간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정치제도로 인해서 언론자유가 여러 제약을 받아왔다. 터키에서 언론은 ‘국민과 민주주의 이름으로 서로 다른 권력을 제어하고 균형을 유지해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국가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지난 수년간 군부의 개입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정당과 시민사회 및 언론이 꽃 피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조성하는데 실패했다. 반(半) 권위주의적인 정치제도로 인해 부분적인 독립과 제한된 자유만 누리는 취약한 언론기관이 출현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199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다.

터키는 냉전시대 기간 서구민주주의 진영에 속해 있었지만 케말주의라는 강력한 공식 이데올로기 그늘 아래서 자유에 관한 한 사회주의국가와 매우 유사했다.

개혁 지도자 투르구트 외잘의?유산

이러한 배경 하에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언론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언론은 생존은 했지만 여러 핍박에 시달려야 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한 댓가로 목숨을 잃거나 장기 투옥 또는 국외추방과 혹독한 경제적 탄압에 직면해야 했다. 이는 터키 언론계에서 흔히 있던 일이다.

총리 겸 대통령으로 개혁을 이끈 투르구트 외잘은 군부쿠데타 세력이 1980년 자행한 국가에 의한 방송장악을 1989년 철회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길을 열었다. 외잘은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면서 터키 국민들로하여금 국가기관의 부당한 권리침해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터키는 외잘의 개혁정책으로 시민의 자유와 중산층의 경제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로 도약할 발판을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3년 외잘의 사망 이후 민주화과정은 점점 지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치불안정과 내부갈등은 1997년 또 한차례 쿠데타를 불러왔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의 경제위기 등으로 터키는 10년이란 세월을 허비해야 했다.

그러나 기회는 다시 터키에 찾아왔다. 에르도안과 귤렌이 지휘하는 AK당의 등장과, 특히 유럽연합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는 터키 개혁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터키는 이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민군 관계를 개선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등 수많은 개혁정책을 다시 추진했다. 터키는 이 과정에서 서구와 이슬람세계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 받았다. AK당은 정치적으로는 이슬람주의 배경에 기반했지만, 당 지도부는 “정치적 이슬람주의인 이크완 타입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보수적 민주주의로 규정된 새로운 정치노선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르도안은 정치적으로는 중도우파로 여겨지는 투르구트 외잘의 길을 지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는 터키 대다수 국민과 전세계의 터키 지지자들은 이러한 에르도안의 개혁을 ‘이슬람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결합시킨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터키의 이러한 정치적 지향은 2010~2011년에도 계속 이어지며 AK당과 터키 앞날에 대해서 밝은 전망을 가져다 주었다. 당시 터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가입을 신청했는데 무려 151개국의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의 민주화 정책과 주변국 즉 러시아를 비롯한 아랍국가, 이란,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과 우호를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외교정책 수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승인과 지지의 결과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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