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육사 14기 조효섭 중령이 최차규 공군총장께 남긴 선물

육사 14기에 사단 작전참모를 하던 조효섭 중령이란 분이 있었다. 조 중령이 부대 출근하는 길에 부인이 가야할 데가 있었다. 지금과 달리 자가용은 생각할 수도 없고 버스나 택시도 귀한 때이다. 부인을 뒷자리에 태우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놓으면 되련만 조효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짚차는 관용차이며, 관용차에 부인을 태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꽉 막힌 원칙주의자였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50년대 중반에 배출된 육사출신은 우리 군과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육사 14기에 사단 작전참모를 하던 조효섭 중령이란 분이 있었다. 조 중령이 부대 출근하는 길에 부인이 가야할 데가 있었다. 지금과 달리 자가용은 생각할 수도 없고 버스나 택시도 귀한 때이다. 부인을 뒷자리에 태우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놓으면 되련만 조효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짚차는 관용차이며, 관용차에 부인을 태울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꽉 막힌 원칙주의자였다.

조효섭은 졸업 때 대표화랑으로 뽑힌 탁월한 인재이기도 하였지만 그의 이러한 몸가짐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육사출신은 누구나 이런 각별한 윤리의식을 가졌으며, 이 자부심으로 버텼다. 5.16 후 군이 정치에 개입하면서 육사출신의 이처럼 각별한 윤리의식은 점차 해이해져 갔다.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났고 사회가 다양해졌다. 공관병이 참모총장을 겨누는 세상이 되었다. 그 병사가 특별히 악랄해서가 아니라, 총장의 가족이 개인적인 모멸감을 준데 대한 항거일 것이며, 총장도 충심(衷心)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해서 벌어진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다. 총장이 바뀔 때마다 가구 집기를 바꾸는 일들은 흔한 것으로 생각했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가?

참여정부에서 대중민주주의가 만개했다. 민주주의의 발달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였을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볼세비키혁명에서는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는 것이 장려됐다. 기성의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사회의 원자 단위인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군에서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의심하고 다투고 분해되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문제는 별도로 다루더라도, 최근 장성들의 행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건 너무도 이완되어 있지 않은가? 아들을 관용차에 태워 홍대 앞에 놀러 보낸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특히 공군총장은 톱건스쿨을 나온 에이스 중의 에이스라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집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니…

선공후사(先公後私)는 도산 안창호, 고당 조만식, 월남 이상재 등 일제시대 애국지사들이 가장 우려했고, 가장 힘을 기울였던 과제다. 우남 이승만, 백범 김구, 우사 김규식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이들은 국내에서 교육 언론 식산 분야에서 이 점을 강조하며 민족의 힘을 키우는 독립운동을 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 장성들은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물론 정치인, 법조인, 기업가도 이 점에서 대동소이하며, 모든 부정과 비리의 줄기가 이로부터 시작되는 까닭에 국가개조는 이를 분명히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군에서는 모든 것은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최고 총수가 심복을 받지 못하는데 사기와 군기를 말해 무엇하리요?

미국에서는 장군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상원이란 로마의 원로원의 권위를 갖는다. 우리는 참모총장도 대통령의 임명 하나로 끝난다. 합참의장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우리도 국회의원에 줄을 대는 포퓰리즘의 우려를 피하면서 미국의 상원과 같은 권위를 가지고 장군을 점검(confirmation)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을 강구할 때가 됐다.

조효섭을 상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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