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제2의 중동 붐’ 이번엔 할랄푸드로?

[아시아엔=박명윤 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말레이시아 국제할랄박람회(Malaysia International Halal Showcase)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할랄인증제품 박람회이며, 우리나라 식품업체도 참가하고 있다. 4월1일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박람회를 방문한 나집 라작 총리는 한국 건강식품에 관심을 보였다. 말레이시아는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할랄산업을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2억이 넘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올 10월부터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인 ‘인도네시아 울라마협회 식품ㆍ의약품ㆍ화장품 연구소’(LPPOM MUI) 인증을 받지 못한 식품은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무슬림 국가들이 할랄 인증을 무기 삼아 세계 식품시장에서 패권을 쥐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할랄푸드란 이슬람교 율법상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말한다. 할랄은 ‘허용된 것’이란 뜻의 아랍어로, 일반적으로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ㆍ의약품ㆍ화장품 등에 붙여지는 인증이다. 할랄에 반대되는 개념은 더럽고 허용되지 않는 것을 뜻하는 하람(haram)이다.

할랄은 이슬람경전 코란과 이슬람사전 하디스(Hadith)의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특히 “죽은 동물, 피 흘리는 동물, 돼지 등 불결한 것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코란(6장 145절) 구절이 기준이 된다. 이슬람 국가의 할랄 인증기관에서는 금지된 식품의 예시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HALAL’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된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에만 부여되는 세계적인 청결인증마크이며, 생산시설 및 공정, 생산에 사용되는 원재료에 대해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할랄식품은 일반식품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맛, 질, 신선도 등이 뛰어나다.

초식동물의 경우 식물성 사료만을 먹어야 하며,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맞지 않은 육류만이 할랄로 인정된다. 도축은 할랄의 시작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도축 전 동물의 휴식을 보장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하며, 단칼에 정맥을 끊는 방식으로 도축된 양ㆍ소ㆍ닭고기를 할랄식품으로 인정한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무슬림 국가들의 할랄 인증기관은 도축 과정을 전염병 관리에 준할 정도로 엄격히 통제한다. 도축장 반경 5km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나 도축장이 없어야 한다. 할랄 고기를 생산하는 도축장은 반드시 ‘할랄고기 생산전용’으로 운영돼야 하므로 ‘하람’ 동물의 도축과 혼용해서는 안 된다.

할랄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재료는 이슬람 율법에 따르는 할랄식품을 사용해야 한다. 생산자는 재료와 첨가물의 출처를 명확하게 해서 할랄 승인양식에 표시해야 한다. 식재료의 가공ㆍ포장ㆍ운반ㆍ보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특히 하람과 접촉되지 않도록 하고 중금속ㆍ수질ㆍ방사능 오염 검사 등 안전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람푸드의 대표적인 것은 돼지고기로 만든 모든 음식이며, 동물의 피와 그 피로 만든 식품도 해당된다. 썩은 고기와 육식동물의 고기, 메뚜기를 제외한 모든 곤충도 하람이다. 멧돼지, 당나귀, 송곳니와 발톱을 가진 육식동물, 불결한 동물,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 등도 하람이다. 하람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로 만든 음식이 할랄푸드이다.

엄격한 검증 과정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할랄식품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웰빙족과 채식주의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할랄푸드가 전 세계 식품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네슬레 등 다국적 기업들이 할랄시장에 진출해 있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는 약 18억명으로 지구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구매력이 커진 만큼 할랄시장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할랄푸드는 안전한 건강식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매력적인 사업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할랄 관련 국내외 동향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 수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할랄인증 식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한반도에 소개된 시기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이며, 11세기 고려조정과 이슬람제국 아랍상인간 교역이 있었다. 1920년대 소련의 소수 민족인 투르크계 무슬림들에 의해 이슬람이 전파되었으며, 1940년대 서울에 이슬람 성원(聖院, 모스크)이 건립됐다. 1950년 6ㆍ25전쟁 때 UN군으로 참전한 터키군이 ‘앙카라학교’를 건립하였으며, 1955년 한국이슬람교 협회가 결성되었다. 1976년 서울 중앙사원 개원에 이어 부산, 전주, 안양, 인천, 대구, 광주, 제주, 대전 등에 성원을 개원하였다.

‘글로벌무슬림 트래블인덱스’(2015)에 따르면 전세계 무슬림 관광객 수는 1억800만명(2014년)에서 2020년에는 1억5000만명으로, 관광지출도 160조8485억원에서 221조86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찾는 아랍 관광객도 2010년 38만명 수준에서 2014년 75만명으로 늘었다.

한국을 찾는 중동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랍계 ‘오일 머니’ 큰손들을 위해 서울의 특급호텔 상당수가 하루 5번 무함마드 출생지 메카의 카바신전(북위 21도25분, 동경 49도24분에 위치)을 향해 기도하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해 코란ㆍ카펫ㆍ나침반 등으로 구성된 ‘기도세트’를 갖추고 있다. 또한 무슬림을 위한 ‘할랄푸드’도 호텔식당의 기본메뉴로 자리 잡았다. ‘할랄 한식(韓食)’ 코스요리 메뉴도 있다. 의료계에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은 무슬림 환자를 위한 기도실과 할랄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명소로 꼽히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은 1976년 한국정부가 마련해준 땅에 이슬람권 국가 20곳이 성금을 모아 건축했다. 현재 건물은 500-600명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매주 금요일 대예배일이 되면 한국인 신도와 이주노동자, 유학생, 외교관 등이 모여든다. 라마단 축제 등 명절 때가 되면 약 3000명이 찾아온다.

한국 이슬람교중앙회와 주한 터키대사관에 따르면 터키정부가 이태원 모스크의 재건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확정되어 이르면 2-3년 안에 장엄하고 웅장한 오스만 튀르크 양식의 대형 모스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당초 350억원 정도로 추산된 건축비도 최종 설계에 따라 더 늘어 날 수 있다고 한다. 터키는 국제협력 차원에서 외국에 모스크 건립을 후원해 왔으며, 특히 ‘형제국가’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흐름을 ‘제2의 중동 붐’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5개 등급으로 구분되는 ‘무슬림 식당 친화 등급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중동지역 한류동호회가 2013년 76개에서 2014년에는 84개로 늘어 한류 팬 숫자도 6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바야흐로 제2의 중동 붐이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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