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알리바바 마윈⑨] 그가 처한 크고 작은 리스크들은?

알리바바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관계다. 중국정부가 중국 자산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알리바바 주주들은 알리바바를 사실상 소유할 수 없다. 대신 변동지분실체(VIE) 방식으로 알리바바 수익에 대해 계약상 청구권을 가진 유령회사의 지분만을 소유할 수 있다. 중국 상장기업들은 이 방법으로 외국인 소유를 피한다. 회사 설립자들의 악용, 전횡에 대해 주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중국정부는 언제든지 이 구멍을 메울 수 있다.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연구가] “알리바바와 타오바오에는 하루에도 수억명이 들어와 거래를 한다. 이중 1퍼센트만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수십만명이다. 0.1퍼센트라 해도 수만명, 우리의 고충이 여기에 있다. 어떻게 저들을 다 관리한단 말인가.”

짝퉁(불법)문제 때문에 고심하는 마윈이 강연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규모의 경제에서는 실패와 부정의 규모도 큰 모양이다.

변동지분실체(VIE, Variable Interest Entity)는 중국내 외국계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뜨거운 감자다. 외국 자본들은 중국내에서 경영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계약관계를 맺어 기업활동을 한다. 이렇게 라이선스를 빌려 운영하는 기업을 VIE라고 부른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대표적인 중국의 인터넷기업이 대부분 이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분사 사건은 마윈이 알리바바의 알짜 자회사라 할 수 있는 알리페이를 야후와 소프트뱅크 등 대주주에 알리지 않고 자신의 개인기업으로 만든 사건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그룹의 지주회사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돈줄인 결제시스템을 제공하는 핵심기업이다. 2011년 중국정부가 알리페이와 같은 ‘제3자 결제사업’ 허가를 100% 중국자본 회사에게만 내주는 시행령을 공포했는데, 미리 정보를 알고 있던 마윈이 위험을 회피하고자 1년 빨리 알리페이를 알리바바에서 떼어내 자신의 회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2010년 12월 발표된 알리바바의 재무제표에서 알리페이는 사라졌다. 알리바바 최대 주주 야후는 노발대발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마윈은 “당시 급박했던 정황상 이사회와 대주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 뱅크의 주재로 타협이 이루어져 2011년 5월에는 야후가 상장돼 있는 뉴욕 나스닥에 공시되는 등 기정사실화 된다. 하지만 이 여파로 야후의 주가가 급락했고 해외 언론은 중국 투자 리스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연일 후속보도를 쏟아냈다. 글로벌 증시에 상장돼 있던 중국기업 전체의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마윈이 알리페이를 분사해 자기 소유로 둔 것은 현재 세계적인 핀테크 열풍과 알리페이의 성장세를 보면 사업적으로는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그리고 이듬해 지배구조와 관련해 마윈은 또 한번 철권을 휘두른다. 바로 홍콩증시 상장폐지다. 알리바바는 2010년 홍콩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마윈은 2012년도에 셀프 상장 폐지를 해버린다. 알리페이 분사 등 홍콩증시 기준에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자 아예 상장 철회를 결정 했던 것이다. 이 또한 주주들의 지탄을 받았으나 기준을 맞추려면 주주들의 손해가 더 크게 된다는 마윈의 설득에 다들 목청을 낮췄다.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될 때 심사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바로 알리페이 분사 사건으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알리바바는 다른 상장사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모두 중국정부가 고집하는 VIE 시스템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해 마윈 회장과 26명의 파트너가 다수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주식 하나가 한 표와 같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주들은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알리바바에 투자를 했다. 뉴욕증시도 이를 용인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2014년 초 “마윈의 알리바바는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스마트 머니’의 눈길을 끌지 의문”이란 요지로 전망했다. 스마트 머니는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 구루(Guru)들을 이르는 말이다.

2014년 9월18일,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O)를 했다. 두 달 정도 흐른 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의미심장한 자료를 공개했다. 헤지펀드 귀재인 소로스와 레온 쿠퍼먼 등이 운용하는 펀드가 알리바바 공모에 뛰어들어 수백만 주 이상을 배정받았다는 자료였다. 수익 가능성 앞에선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는 부차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아무튼 이 문제는 후일의 이야기이고 2011년 마윈은 큰 어려운 일을 또 겪는다. 창사 이후 가장 큰 충격이었다. 알리바바의 핵심 B2B 서비스인 ‘중국공급상’들의 이른바불법 사기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의 신용을 알리바바가 보증하고 전 세계에 정보를 유통시켜 수출을 돕고, 이 기업들로부터 6만~8만위안의 회원비를 받는 모델이 중국공급상이다. 그해 2월 이 알리바바 중국공급상 2326곳이 불법 사기혐의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중국언론에 대서특필된다. 회사 허가취소까지도 거론되는, 회사의 존폐가 달린 사안이었다.

하지만 마윈은 그보다 앞선 1월 사기의 낌새를 눈치채고 자체조사를 진행해, “알리바바 직원까지 연루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먼저 발표한다. 고육지책이자 자구책이었다. 마윈은 직원 100여명을 해고하고, 웨이저 알리바바 CEO와 리쉬후이 COO도 책임을 물어 사직서를 내게 했다.

짝퉁물건을 진품인 양 팔았다는 내용이 사기행각의 주종이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알리바바와 타오바오의 문제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실제 그 이듬해에도 또 다른 B2B 서비스인 ‘쥐화산’에서 이같은 불법행위가 적발됐고 뉴욕증시 상장 이후에도 당국으로부터 다시 강도 높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1년, 그동안 쉬쉬하다 처음 불거진 이 사건은 알리페이 VIE사건으로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던 알리바바에게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처로 마윈은 사기 연루자들을 내부에서 찾아내 당국에 신고하고, 스스로 언론에 잘못과 실수를 시인했다. 직원들을 해고한 것은 읍참마속의 심정이었다고 후일 회고했고 몇몇은 슬며시 복직해 있다.

마윈은 당시 여론의 질타를 수용하면서도 예의 수억의 1퍼센트 숫자를 원용하면서 “대형 인터넷회사는 누구도 이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근에도 알리바바는 중국정부 뿐 아니라 짝퉁제품 유통과 관련해 세계언론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주가하락을 겪고 있다. 마윈이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 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보다도 외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알리바바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관계다. 중국정부가 중국 자산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알리바바 주주들은 알리바바를 사실상 소유할 수 없다. 대신 변동지분실체(VIE) 방식으로 알리바바 수익에 대해 계약상 청구권을 가진 유령회사의 지분만을 소유할 수 있다. 중국 상장기업들은 이 방법으로 외국인 소유를 피한다. 회사 설립자들의 악용, 전횡에 대해 주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중국정부는 언제든지 이 구멍을 메울 수 있다.

뉴욕증시 상장 때 이를 생중계하는 미국 ABC방송의 앵커가 가장 먼저 마윈에게 던졌던 질문도 이 문제였다.

“중국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중국정부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정부와도 우리는 잘 지내야만 한다. 그것이 큰 기업의 숙명이다.” 마윈의 대답이었다.

이런 알리바바는, 지금 어쩌니저쩌니 해도 중국 공산당의 총애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웹사이트 하나로 세계의 돈을 긁어 중국으로 가져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치권의 총애는 파벌경쟁과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정부, 공산당은 대기업의 경제 사회적 권력을 제한하는 새로운 결정을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 중국기업 알리바바의 가장 큰 재무리스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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