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한통신’ 발행인 특별기고] “터키의 시리아 정책 실패가 IS사태 악화시켰다”

[아시아엔=압둘 하미트 빌리지 터키 지한통신사 사장] 터키와 910km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시리아는 심각한 비극을 겪고 있다. 4년간 지속되고 있는 내전에서 21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시리아인권센터(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는 “사상자 가운데 어린이가 1만명을 웃돌며 여성도 67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리아 사태의 시작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시리아 국민들이 40년간 정권을 잡고 있던 아사드 일가를 향해 평화시위를 벌이자, 정부는 이를 군사력으로 강제진압하면서 내전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군 3만9000명, 정부군 4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외국에서 파견 온 군인도 2만5000명 가량 목숨을 잃었다. 4백만명 이상의 시리아 국민들이 조국을 등지고 국제 난민이 되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최소 800억 달러에 이른다. 실업자는 5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5배 이상 급등했다. GDP의 40%가 공중분해됐으며 달러 환율도 47시리아파운드에서 200시리아파운드로 올라 화폐가치는 1/5로 토막났다.

애초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외침에서 시작된 시리아사태는 권력투쟁으로 바뀌면서 단기간에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하지만 유엔, 아랍리그 등 국제기구나 시리아 내부 세력 어느 곳도 영향력 행사나 합의 도출 또는 경쟁상대 제압에 실패했다. 그 사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는 시리아사태는 터키한테는 국내문제나 마찬가지다. ‘아랍의 봄’ 동안 아랍사회의 변화를 지지하는 쪽에 섰던 터키정부는 그 변화가 ‘다마스커스’(시리아)로 이동해 오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왜냐하면 터키는 시리아 정부와 예외적이라고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터키정부는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폭력 진압을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당시 아사드와 개인적으로 친했던 에르도안 총리와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외교부장관은 아사드에게 개혁정책을 펼칠 것을 권고했다. 당시 미국 등 강대국들은 터키가 다마스커스와의 협상에서 하루 빨리 발을 빼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터키는 그동안 시리아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기에 다마스커스를 설득시킬 수 있다며 미국 등이 너무 서둘러 아사드 정부에게 등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졌다. 앙카라와 다마스커스는 9개월간이나 별 진전 없이 대화를 지속했다. 시리아 집권 바아스당은 터키와의 줄다리기에서 시간벌기 작전을 벌면서 아사드는 개혁 대신 대국민 폭력정치를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매우 우호적이던 양국관계는 순식간에 적대 관계로 변했다.

터키-시리아, 우방에서 철천지 원수로
2011년 말 터키정부는 시리아의 반정부세력 지지로 돌아서면서 이후 출범한 ‘시리아국가위원회’를 시리아의 대표로 승인했다. 에르도안 총리와 다부토글루 장관은 ‘아사드 없는 시리아’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도 아사드정권이 몇 달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 보았다. 아사드의 기반이 인구의 15% 정도에 불과해 저항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아사드는 국내에서 여러 세력을 규합하는 한편 러시아와 이란 등의 적극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사드가 지지기반을 다지는 동안 시리아 내 개혁세력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반정부 세력간의 불협화음 및 과격 테러단체들이 주도하면서 시리아 국내는 물론 주변국들의 반감이 커졌다. 이 틈을 타 아사드의 바아스당은 정권유지에 성공했다.

시리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많은 대가를 지불한 나라는 터키다. 최소 160만~20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터키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85%는 난민캠프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터키는 주요 시장을 상실한 것은 물론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수출로도 막히게 되었다. 터키가 시리아사태로 치른 비용은 45억달러가 넘는다. UN과 유럽의 대 시리아 원조액 2억4600만달러에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아랍세계에서 소프트파워로 주목 받아온 터키가 시리아에서 하드파워를 사용하고, 아랍인들간의 문제 및 아랍정치의 한편에 서면서 터키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타격을 입었다. 특히 시리아 집권 바아스당 붕괴 전략이 실패한 것은 그동안 중동 권역에서 강대국으로 통해온 터키의 체면을 구기기에 충분했다. 터키정부가 시리아 무장 반정부세력들에 대해 주둔지를 허용하고 이들의 국내 정권타도를 지원한 것은 터키의 전통적인 평화정책과 모순되는 것이었다.

터키정부가 시리아난민 지원 명목으로 보낸 구호물품이 실상은 정보기관의 호위를 받으며 시리아의 반정부 무장단체들에게 보내려던 무기들이라는 주장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의 수색을 정보기관이 저지하면서 신빙성이 높아졌다. 이 사건은 터키 국내의 뜨거운 감자로 현재 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알카에다 감시기구가 “ISIS가 매우 뛰어난 총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총기는 이라크 또는 시리아의 장비이며 터키 루트를 통해 운반된 불법무기”라고 밝혀 터키정부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터키가 도움을 준 반정부세력들 중 일부가 ISIS의 모태가 됐음에도 ISIS는 터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근접한 위협대상이다. ISIS는 안보 측면에서 터키에 위협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 및 시리아 등 중동정치에서 터키의 입김을 약화시켰다. IS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통제하는 지역은 대부분 터키 접경지역 또는 국경인근이다.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접경 지역 가운데 일부는 ISIS 통제하에 있다. 이로 인해 터키로의 국경 진입은 ISIS에 의해 막혀 있다. 다시 말해 터키는 ISIS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터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터키 남부 니데(Nigde)주에서 안전요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ISIS에 의해 살해됐다. 이 사건은 터키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IS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터키의 거의 모든 동맹군들과 대치 중이다. ISIS는 시리아 북부전선에서 자유시리아군대, 이슬람전선 및 쿠르드족민병대와 투쟁하고 있다.

이들 단체 중 쿠르드족민병대를 제외한 단체들은 터키의 원조를 받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 에너지, 무역, 안보 및 정치까지 터키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 ISIS가 접경지대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에르빌(Erbil) 지역의 공사 대부분이 터키회사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모술은 북이라크 쿠르드자치구지역 다음으로 이라크에서 터키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이었으나 ISIS의 모술지역 점령과 터키 외교관들을 인질로 삼은 사건 이후 터키 동조자들은 여기서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터키와 우호관계인 시리아 및 이라크 내 투르크멘들도 ISIS의 공격으로 정착지에서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IS는 왜 강해졌는가?
터키 입장에서 ISIS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생긴 가장 큰 문제는 터키의 대 시리아정책의 실패이다. 첫째, ISIS가 온건한 반정부세력들과 전투를 벌이는 사이, 시리아의 아사드는 정권 안정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둘째, ISIS가 강력해질수록 시리아 내부에서 아사드정권 기반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이는 특히 소수그룹(기독교인, 아랍인 알레위파, 듀르지, 아르메니아인 등)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ISIS의 무자비한 공격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셋째, ISIS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아사드정권의 적법성이 높아졌다. 서구사회는 아사드정권보다 ISIS에 대해 훨씬 두려워하고 있다. 심지어 ISIS가 군사적으로 강력해짐에 따라 그들과 대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력은 시리아정부군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사드정권을 대체할 세력이 이슬람주의자들이 될 것을 우려해 ‘無활동 無지원’ 정책으로 방관해온 결과 이슬람주의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ISIS가 등장한 것이다.
넷째, ISIS 등장으로 인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대대적인 이주를 낳고 있다. 이같은 대이동은 경제 사회 및 안보 문제들을 끊임없이 야기하고 있다.

외국인 지하디스트들이 터키루트를 이용하여 시리아국경을 쉽사리 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ISIS가 터키에서 안전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 역시 터키 국내외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전투원들이 국경을 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터키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모국에도 책임이 있다. 터키는 국경감시와 이들 국가와의 정보교환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ISIS 가담은 터키정부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뷸렌트아른츠 부수상은 “1천명 가까운 외국인이 터키를 통해서 ISIS 조직에 가담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존경받는 이슬람 지도자·학자 적극 나서야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존경받는 이슬람 지도자와 학자들이 ISIS 등 테러조직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아울러 어느 계층이 주로 ISIS 가담하는지 연구하고 여기 가담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 위험성을 집중 교육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민들이 정치세력이나 일반사회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ISIS는 시리아와 이라크 양국에서 동시에 제거하지 않는 이상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의 정치·사회적 혼란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군사적으로 ISIS의 영향력을 제압한다고 해도 그들은 또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확인한 사실은, 아사드정권은 연합군을 압도하지 못하며, 연합군 또한 아사드정권을 무너뜨릴 힘이 없다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불균형과 다름없는 어설픈 균형’은 새로운 방식으로 풀지 않는다면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이다. 아사드정권은 자신들이 최근 세력을 확대하면서 장차 연합군을 군사적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아사드정권이 정치적 타협이나 대화로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벌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교적 해결은 연합군을 지원하여 아사드정권을 압박해 타협을 이끌어내는데 집중됐다. 하지만 연합군의 조직체계가 느슨하고 지원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실패했다.

현재로서는 아사드정권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주는 한편 테러조직의 위협방지 및 군사적 안전을 도모하면서 정치적 해결을 위한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시리아 및 인근 지역에서 ISIS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전에 연루된 정치집단들이 제시하는 주요쟁점들을 포괄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평화협정이 필수적이다.

ISIS와의 싸움에서 또다른 문제는 조직을 온전히 제거하였을 때 북시리아에서 생길 힘의 공백을 어떤 세력이 메울 것인지의 여부다. 이 세력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는 아사드정권이나 알누스라전선, 혹은 쿠르드계 YPG세력 등이 있다. ISIS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은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따라서 이 공백은 독립세력이 아닌 연합세력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터키에게 는 또다른 안보상 문제로 부상할 우려가 크다.

ISIS가 이라크에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데는 바그다드정권에 반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협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니인구가 집중해 있는 지역민들이 왜 ISIS에 협력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ISIS 문제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4개 지원분야 즉 공습, ISIS와의 전투세력 지원, 정보 협력,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이 많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거주하는 저항단체 및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불만을 산다면 비록 ISIS를 전략적으로 압도한다고 해도 근본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들 조직이 생성, 발전한 방식은 그대로 남은 채 중장기적으로 ISIS와 유사한 단체나 조직들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리아사태나 ISIS 문제는 국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며 트라우마까지 낳고 있는 지금 다음 방식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 이란의 비핵화를 이끌어 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중동지역의 주요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면 뜻하지 않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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