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 웬 불교사원?

보로부두르 사원 2012년 ‘세계최대사원’으로 기네스북 등재

[아시아엔=노지영 인턴기자]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Borobudur·佛塔) 사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 유적과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보로부두르는 인도어로 ‘언덕 위의 세워진 탑’을 의미하는데, 누가·언제·어떻게 지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세계7대 불가사의로 꼽히기도 한다. 이 사원은 1991년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됐으며, 2012년 5월에는 기네스북에 세계최대 불교사원으로 기록됐다. 현재 인도네시아 인구 중 약 90%가 이슬람신도임을 고려할 때, 보로부두르 사원은 13세기 당시 인도와의 무역을 통해 전파된 불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로부두르는 중부자바의 사일렌드라 불교왕조 때인 750~842년 사이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앙코르와트보다 약 300년, 유럽의 대성당들보다도 약 400년이나 앞선 시기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 북쪽에 위치한 이 사원은 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건축물로 높이와 넓이는 각각 31.5m, 123m에 달하며, 현존하는 단일건축 불교 사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천년 동안 감춰져 있던 거대한 불탑
세계최대의 불교사원은 욕야카르타 북쪽에 위치한 므라피 산의 화산폭발로 약 10세기 동안 화산재와 정글밀림 속에 모습을 감췄다가, 1814년 족자카르타를 통치하고 있던 영국인 라플스(T.S Raffles)가 이 사원을 발견했다.
이후 네덜란드 주도로 1907년부터 1911년까지 5년 동안 1차 복원공사가 이뤄졌고, 1925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계획이 수립됐으나, 복원 준비에만 반세기가 소요됐다.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사원 대부분이 무너져내려 복원준비에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결국 1975년부터 10년에 걸쳐 인도네시아와 유네스코가 공동으로 2차 복원공사를 완료했다. 다행히도 다른 사원에서 보로부두르의 원형과 유사한 형태가 발견돼,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부활할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부터 ‘무형의 깨달음’까지…
보로부두르 사원은 총 1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3단계로 나누어져 각 단계마다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 첫 단계는 불교에서 가장 하위단계로 알려지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한다. 다음 단계는 ‘유형의 세계’이며, 최상의 단계는 ‘무형의 세계’로 깨달음을 얻는 단계이다. 1, 2층은 인과응보, 3~7층은 속세와 생로병사, 8층부터는 깨달음과 극락을 상징한다. 사원 7층부터 10층까지는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현지인들은 보로부두르 사원을 ‘신전’으로 칭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 곳’이라고 말한다. 보로부두르의 각 층 회랑에는 인과응보와 같은 불교철학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삶까지 다양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약 5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으면 이 부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원 가장 위층에는 총 504개의 불상이 있으나 200여개의 불상에는 목이 없다. 식민지 시절 네덜란드인들이 불상의 목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며 훼손했기 때문이다. ‘언덕 위의 검은 거탑’이라고도 불리는 종모양의 스투파(불탑)에는 업적이 뛰어난 스님들의 유골이 보관돼 있다. 총 72개의 스투파 중 보로부두르 사원 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큰 스투파에는 유골 대신 불상이 들어있다. 이 불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설이 있어,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불상을 만져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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