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봄철 건강관리 이렇게

[아시아엔=박명윤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봄(spring)이란 단어는 매력적이고 생동감이 있어 마치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 대지로 뛰어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24절기 중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절기가 봄철에 있다. 금년은 입춘(2월4일)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5월6일)까지가 봄 계절인 셈이다.

옛 사람들이 말한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란 춘분(3월21일)을 전후한 시기를 가리킨다. 한편 천문학이 발달했던 페르시아왕국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을 노루즈(새로운 날), 즉 새해 첫날로 정하고 ‘새해맞이’ 행사를 했다. 현재까지 ‘노루즈’ 풍습이 남아 있는 국가는 과거 페르시아왕국의 영향 아래 있었던 이란, 북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다.

시인 조병화(1921-2003)는 ‘해마다 봄이 되면’에서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고 읊었다. 이탈리아의 비발디(1678-1741)의 사계(The Four Seasons) 중 ‘봄’이 우리 귀에 가장 친숙하며, 가장 사랑받는 바로크음악 중 하나이다.

봄이 오면 몸의 신진대사도 왕성해져 에너지와 영양소의 필요량이 더욱 증가한다.

요즘 봄철 이상 고온과 꽃샘추위가 이어지면서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또한 꽃가루도 예년보다 빨리 날릴 것으로 예상되며, 알레르기에 따른 감기나 호흡기 증세가 오래갈 수 있다.

봄에는 급격한 일교차, 건조한 환경, 황사, 꽃가루 등으로 인한 질병이 생기므로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1년 중 3~4월이 일교차가 가장 심해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환절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지 않도록 하며, 샤워 후에는 피부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이 서울ㆍ부산ㆍ대구ㆍ인천 등 4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일교차에 따라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입원율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연구 결과 일교차가 평소보다 섭씨 1도씩 커질 때마다 심부전증 입원율은 3%, 천식은 1.1%씩 증가했다. 평상시 일교차보다 10도 이상 커지면 심부전증 입원이 34% 증가했다.

일교차가 크면 우리 몸도 타격을 받는다. 즉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를 우리 몸은 스트레스로 받아들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병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또한 기온의 변화는 습도의 변화를 일으켜 천식,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감기 환자도 지난 5년간 일교차가 가장 큰 3~4월 환절기에 가장 많았다.

체온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즉 얇은 옷을 여러 겹으로 입어 외부 온도에 따라 의복 착용을 조절하여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른 아침에 직장에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는 집 안에서 몸을 충분히 워밍업한 후 나가는 것이 좋다.

‘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꽃’이다.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만개한 꽃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꽃은 기온과 낮 길이를 자동 인식해 피는 시기를 조절한다. 우리나라 봄은 남녘의 화신으로부터 시작되므로 꽃이 없으면 봄을 체감하기 어렵다. 요즘 전남광양 ‘국제매화축제’, 전남구례 ‘산수유축제’, 경남양산 ‘매화축제’, 충남서천 ‘동백꽃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올해 벚꽃은 제주도 서귀포에서 3월24일부터 피기 시작하여 북상한다. 이에 서울에선 4월9일쯤 꽃망울을 터뜨릴 전망이며, 개화한 뒤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므로 서울 여의도 등에선 4월16일쯤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다.

봄꽃들은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에 비해 색이 곱고 화려하다. 눈이 시리게 노란 유채꽃과 개나리, 새하얀 목련과 벚꽃, 미녀 입술처럼 붉은 진달래와 철쭉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나뭇가지마다 돋아난 연두빛 새잎은 봄꽃과 어우러져 멋진 봄 풍경을 그려낸다.

그러나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봄철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급격한 일교차, 건조한 환경 등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3월부터 날리기 시작하는 꽃가루가 코, 입, 눈 등에 들어가 비염, 결막염, 천식 등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꽃가루가 심한 날에는 외출과 야외 활동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외출을 할 때는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한다. 또한 꽃가루, 황사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좋다.

올봄에 중국발(發) 미세 먼지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불어 닥칠 전망이다. 황사와 미세먼지에는 카드뮴, 실리콘, 구리, 납 등 유해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에 미세먼지가 짙거나 황사 현상이 나타날 때는 황사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황사 마스크를 약국,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땐 반드시 제품 외부 포장에 식약처 허가 유무와 ‘KF지수’, ‘황사용’ 표기 등을 확인해야 한다.

기온이 상승하는 봄철부터 식중독 위험성이 높아진다. 병원성 미생물이나 독성 화학물질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고 식중독이 발생하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식품의 선택, 유통기한, 조리, 보관 등을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음식은 조리 후 4~5시간 방치하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먹도록 한다.

춘곤증도 이 계절에 발생한다. 일상생활이나 업무활동에서 의욕과 집중력을 잃고 피곤함과 졸음을 호소한다. 또한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도 춘곤증의 증상이며, 특히 식사 후에 심한 식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춘곤증은 추운 겨울철에 활동을 줄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따뜻한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세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춘곤증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봄철에는 활동량이 증가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배 이상 늘어난다. 이에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생선, 콩 등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와 각종 영양소를 세끼 식사에 고루 배분되도록 여러 가지 식품으로 균형 있는 식단으로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나른하고 입맛이 없을 때는 향긋한 봄나물과 봄채소를 많이 먹도록 한다. 봄나물의 특징은 다른 채소류보다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섬유질 등의 함량이 많다. 봄나물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액의 분비를 도와 소화흡수가 잘 된다.

특유의 알싸한 맛과 단맛을 지닌 봄나물은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하고 마음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봄나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생활습관병(성인병) 예방, 혈액순환 촉진, 신진대사 촉진, 노화 방지 등에도 효능이 있다. 봄나물은 색이 진하고 신선한 것이 향(香)도 강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달래, 냉이, 쑥, 씀바귀, 두릅, 봄동, 취나물 등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은 어느 계절 채소보다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냉이쑥국, 냉이조갯국, 냉이초회, 달래된장찌개, 달래초무침, 두릅초회, 두릅산적, 더덕생채, 취나물찜, 돌나물 김치, 탕평채, 봄나물 비빔밥 등 향긋한 봄나물 식단은 입맛을 돋아준다.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가벼운 맨손체조, 스트레칭, 산책 등도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효과가 있다.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심폐기능을 올려주는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3~5회, 매회 30~50분 정도 하도록 한다.

동양에서는 건강증진의 한 방법으로 예부터 보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다. 보약은 반드시 봄에 먹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봄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의 생명촉진현상을 인체에 더 강하게 자극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보약은 개개인의 체질감별과 오장육부의 허와 실에 따라 처방이 구별된다. 또한 보약은 생리적 균형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남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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