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드리는 제언

최근 CCTV가 방범에 효과 없다 해서 축소 또는 철거하는 추세다. 그럼 무엇이 좋은가? 기계보다 사람이다. 그 예산으로 순찰 경찰관 늘리고, 주민 방범순찰대를 운영하는 거다. 마을사람들 생활을 파악하는 좋은 제도다. 알아야 행정도 주민도 돕는다. 돕고 살면 범죄도 줄어든다. 얼굴을 맞대는 것(face to face), 이게 최고다.

[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소년절도 행위는 처벌하지 않았다. 도시국가 간 전쟁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인하고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절도에는 교지(狡智)가 필요하다. 머리 써서 잘 훔치고 잘 도망쳐야 한다. 일종의 지적훈련이다. 전쟁에 나가서도 공을 세울 게 틀림없다. 심지어 장려까지 했다.

반면 붙잡히면 그건 무지한 녀석이므로 전쟁터에서도 잡혀서 포로 되니 차라리 감옥에 쳐 넣는다.

여기서 범죄인가 범죄가 아닌가 즉 非범죄인가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국가사회의 이익이 기준이었다. 국가이념에 적합하면 범죄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일터도 잃고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빵 훔쳤다 하자. 안 들키면 비범죄(非犯罪), 잡히면 범죄자로 처벌해야 한다. 법 규정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을 묻는다.

‘레미제라블’ 제보 절도범 출신 비독 형사의 철학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주인공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쳤다. 자기 배 채우려 한 게 아니었다. 굶고 있는 조카들 위해서였다. 징역 5년, 탈옥으로 플러스 14년.

프랑스혁명 시대 얘기다.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던 체제가 인민에게 부과한 벌이었다. 실화다. 비독은 빵 한 조각 훔치고 6년 형을 받은 감방동료를 만났다. 위고가 비독으로부터 이 얘기를 듣고 레미제라블 썼다.

잡범으로 감옥 드나들던 비독은 빵 한 조각에 6년형을 목도하고 대오각성한다. 도둑질이나 하고 사기나 치다가는 인생 더 망가진다. 힘 있는 쪽에 붙기로 한다. 경찰 정보원(informant)이 된다. 그 세계를 잘 알아 자신 있었다. 정보가 모여들었다. 범죄수법에도 정통해 범죄수사를 관장하는 형사경찰 보스가 된다. 그만 둔 후에는 사립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세계 최초다. 이런 사람에게 신념 같은 게 있었을까? 있었다.

정의, 평등, 그런 허구가 아니었다. 정말 배고파서 불가피하게 훔친 사람은 절대 밀고하지 않았다. 기소하지 않았다. 범죄자 출신 형사의 마음의 방파제, 양심의 보루였다.

10억명?굶어 죽는데 음식물 33%는 곧바로 쓰레기통에

지금 전 세계에서 굶는 인구는 10억명. 음식물의 33%가 쓰레기통으로 간다. 7500억 달러어치다. 이들 10억명이 먹고도 남는다.

1년에 안 먹고 버리는 음식물은 미국 생산량의 40%, 유럽 1억톤, 농장에서 생산되는 작물의 28%, 가정 음식물 쓰레기의 39%가 과일과 채소다.

입다 만 옷, 무심코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는 것은 전체 중고의류의 50%를 차지한다.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만약 이 옷이 모아진다면? 헐벗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먹고 입는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집도 거주방식과 규모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왔다. 무조건 줄이는 게 최선이고 능사는 아니라, 조금만 줄이고 내놓으면 된다.

버느라고 모으느라고 버렸던 양심. 이미 오염된 정직성. 애초 지녔던 귀하의 순수로 복귀야 되겠느냐마는 한두 번은 제대로 된 양심에 비추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세금도 내고 건강보험료도 내고 말이다. 그래야 편안하게 눈 감는다. Occupy Wall StreetOWS 운동. ). 찬성하지 않는다. 반성할 이 없는 집단이다. 도둑놈에게 물었다. 어떤 놈이 제일 무섭냐고? 3위 사기꾼, 2위 변호사, 1위 고급 만년필 손에 쥔 은행원이라고 답했다. 왜냐고 물으니 그걸로 서명케 하고 나중에는 이자로 원금으로 다 뺏아간다고 했다.

반소비주의(anti-consumerist) 운동이 있다. 소매업 쓰레기통에서 생존물품을 조달한다. 조금 먹고 조금 걸친다. 재활용해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한다. 쓰레기통에서 다이빙하기(Dumpster Diving)도 있다. 대형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음식물 꺼내려면 하도 커서 다이빙하듯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의 단체다.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아니 생존하기에 급급한 건 아닐까? 그건 자본주의와 소비문화에 맹목인 우리네 생각이다. 우리는 체면과 습관 같은 그런 속박에 매여 못한다. 그러니 조금 줄이자. 영국에는 400만 내지 590만 CCTV가 설치돼 있다. 1994년 정부시책(the Partners Against Crime)으로 시작됐다. 공공기관 설치 대 사유 비율은 1대70이다. 기업이나 가정에서 많이 설치했다. 가정용은 1대에 100파운드다.

최근 CCTV가 방범에 효과 없다 해서 축소 또는 철거하는 추세다. 그럼 무엇이 좋은가? 기계보다 사람이다. 그 예산으로 순찰 경찰관 늘리고, 주민 방범순찰대를 운영하는 거다. 마을사람들 생활을 파악하는 좋은 제도다. 알아야 행정도 주민도 돕는다. 돕고 살면 범죄도 줄어든다. 얼굴을 맞대는 것(face to face), 이게 최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