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위헌논란 ‘김영란법’이 성공하려면···

퇴근 때 직접 운전하는 미국 파월 장군,?자식을 보좌관으로 쓰는 한국 국회의원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입법단계부터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 통과시킨 희한한 법으로 국회선진화법과 더불어 국회의 불성실을 알리는 대표적 악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원안을 만들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을 받는 사람까지를 대상으로 하려던 것인데 범위가 이렇게 확장됐다”면서 국회 정무위, 법사위를 거치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 부분에 대해 원래 취지를 벗어났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우리 국민에게는 공사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한 치명적 단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가장 경멸하는 국민성이다. 재벌이 회사 돈과 호주머니 돈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대표적이다. 대학이나 연구소 창업자들이 학교, 연구소(사단법인)와 개인 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똑 같다. 일제강점기에 안창호 등 민족지도자들은 일본인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이 점을 걱정해왔다. 김성수가 先公後·私를 내세운 것이 이 때문이다. 미국사람들이 얼마나 엄격히 공과 사를 구분하는지 예를 들어보자.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이다. 한국군 장군들과 파티를 열 때 그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자격으로, 단돈 100달러라도 육군성에 예산 신청을 해서 그 범위에서 한다. 공식 파티가 끝나 바에서 맥주를 먹을 때는 1센트라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낸다. 맥주 한 잔마다 돈을 내놓고 먹는 모습은 야박하기까지 하지만, ‘이것이 미군이구나’하는 것을 생각하며 무섭기까지 하다. 파월 장군이 교육사령관 당시 출근할 때는 운전병이 나오지만, 퇴근할 때는 운전병이 없어 자기가 운전해서 나왔다고 회고록에 쓴 것을 보았다. 퇴근시 운전병은 육군성에서 인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미군이고, 이것이 미국 사람들의 公과 私다. 영국에서 내각의 일원이 아닌 의원은 운전기사가 없다. 하물며 한국 국회에서 자식을 의원보좌관으로 등록해서 거액의 공금을 타도록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장관 판공비를 엄격히 통제했다. 국방부 장관이면 사관학교 동기회장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전까지는 동기회장이 동기회 식비를 내는 것은 당연한 관례였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다. 공연히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성명이 구겨질 것이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반부패법’이나 ‘청탁금지법’이라고 고쳐 부를 것을 제안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부군 강지원 변호사는 공약을 철저히 감독하자는 매니페스트 운동을 내걸고 대통령에 출마한 바가 있다. 두 분 모두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한글세대의 주자들인데 어느 새 노인이 되고 있다. 뒤를 잇는 젊은 사람들은 좀 더 공부하고 정진하여 각 분야의 모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대통령은, 잘 됐든 못 됐든 모델이 있다. 그러나 국회에는 뚜렷한 모델이 생각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레스 같은 인물 말이다. 사법부의 모델도 별로다. 가인 김병로는 너무 멀다. 김영란 대법관과 강지원 변호사가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두 분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맞는데, 해결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영란 법이 正名을 얻게 되기를 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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