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한국도 일본처럼 ‘고름’ 쌓이나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제수지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 해마다 경상수지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잠정집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894억2천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사상 최대인 2013년의 흑자 규모(811억5천만달러)보다 82억7천만달러(10.2%) 늘어났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는 827억8천만달러에서 928억9천만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로 흑자폭이 커졌다. 수출(6215억4천만달러)은 전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5286억6천만달러)이 1.3% 감소한 것이다. 수출 증가율은 최근 5년만에 가장 낮았다. 수입은 2012년(-0.7%)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2009년 마이너스(-15.9%)를 기록하고서 2010년 27.4%로 치솟은 뒤 2011년 26.6%, 2012년 2.8%, 2013년 2.4% 등을 거쳐 작년에는 0%대로 낮아진 것이다.

반면 일본 재무성이 9일 발표한 2014년 국제수지 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경상수지는 2조6266억엔(약220억달러)의흑자를 기록했다. 흑자규모는 전년보다 18.8% 줄어들었다. 1985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이에 비해 무역적자는 10조3637억엔(약 880억달러)으로 전년보다 1조5903억엔(약130억달러) 불어났다. 무역적자는 4년째이고, 적자규모는 1996년 이후 가장 컸다.

일본이 이처럼 대규모 무역적자를 냈음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낸 것은 해외자회사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구조의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은 요약했다.

일본의 국제수지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계속 악화돼 왔다. 지난해의 수출은 전년대비 9.3% 늘어난 74조1225억엔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자동차와 광학기기 등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입은 84조4862억엔으로 10.3% 늘었다. 원자력발전의 대체연료로 천연가스(LNG) 수입이 11.2%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3월 사이에 수입이 대폭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일본경제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이후 계속 축소돼 왔다 2014년 흑자는 흑자규모가 최대치를 달성했던 2007년에 비해 고작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경상수지도 머지 않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제유가가 대폭 하락해 일본의 국제수지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

국제수지 동향을 통해 볼 때 한국과 일본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꺼풀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일본이 과거 걸어왔던 길을 따라가는 것 같다.

일본은 대지진 이전 해마다 대규모의 국제수지 흑자를 냈었다. 그렇지만 내수 부진으로 말미암아 안으로 고름이 쌓여 왔다. 말하자면 ‘불황형 흑자’의 구조가 만성화됐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제수지와 경제동향을 보면 일본처럼 안으로 고름이 쌓이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거액의 대외 흑자를 내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국제수지 흑자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해마다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국제수지 흑자가 거듭되고 커질수록 내수와 수출 사이의 순환 구조는 오히려 훼손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수와 수출 사이의 선순환구조를 살리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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