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법인세 문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법인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여당과 야당, 재계 등이 저마다 자기 입장에서 법인세 인상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인다.

법인세 인상론의 주장은 분명하다. 세수는 줄어드니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담뱃세나 자동차세처럼 국민들에게 물리는 세금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야당에서 제기되지만 여권 일부도 법인세 인상 검토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론이 제기된 이유는 최근 법인세 감소가 세수 부족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법인세 세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율이 인하된 뒤 2009년 35조원에서 2012년에는 45조9천억원까지 늘어났다가 2013년에는 43조9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소득세는 2009년 34조4천억원에서 2013년 47조8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징수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기업보다 개인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요컨대 기업이 세금을 덜내면서 부족해진 나라의 곳간을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메우는 셈이다. 이는 개인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내수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이명박정부 시절 대기업 법인세를 내릴 때의 기대는 세금 인하를 통해 경제활동이 더 활발해지리라는 것이었다. 세금이 줄어들면 대기업이 배당이나 임금지급을 늘리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서 경제가 선순환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 기대대로 된다면 세율이 낮아져도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세금은 더 잘 걷히게 된다. 특히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데 기폭제가 된다.

그렇지만 결과는 이런 기대와 어긋났다. 세금부담이 줄어든 대기업은 투자는 물론이고 배당이나 임금도 인색했다. 그저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

20대그룹 사내유보금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내린 2008년부터 5년 사이에 322조원에서 589조원으로 80% 이상 늘었다. 특히 10대 그룹 83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537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일부 재벌은 100조원 이상을 쌓아두고 있다.

결국 법인세율을 인하할 때의 기대효과는 거의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기업은 살찌고 국민은 더 가난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세율이 낮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세금을 낮춰준 결과 어떤 현상이 나타났는지가 더 중요하다.

보다 못한 정부도 대기업 내부유보의 일부를 세금으로 흡수하고자 지난해 기업환류세제를 도입했다. 기업환류세제는 한 마디로 법인세율 인하정책이 실패했음을 드러내주는 반증이다. 그러면서 세제만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법인세를 올릴 경우 국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역시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 국내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기업의 이익규모가 지난해 상당히 줄어든 데다 올해도 여의치 않다. 대기업은 아쉬운 대로 견디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법인세 인상문제에 관해 이런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해야만 한다. 지금 올려야 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 시절 취해진 법인세 인하 조치는 이제 재검증 대상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세금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 이전에 세원발굴이나 탈루소득 찾기 작업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법인세 인상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는 없다.

정부도 이 문제를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보다 전향적이면서도 현재의 경제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물론 재계나 노동계 그리고 시민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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