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칼럼] 예측불가 전쟁서 승리하려면?···오바마 IS 지상군 투입 앞둔 제언

끈끈한 정과 냉철한 분석·판단력 요구

[아시아엔=최승우 전 예산군수, 예비역 육군소장] 군인의 특성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각양각색의 답들이 나온다. “군대에는 불가능이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 군인은 명령에 무조건 절대 복종해야 한다”에서 “군대는 골육지정으로 단합된 집단이다. 군인은 인간다운 인간이어야 그 속에서 참다운 군인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군대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며, 군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합리적 사고와 행동’으로 함축될 수 있다. 군대는 합리적 사고로만 해결될 수 없는 ‘전쟁’같은 극한 상황을 관리,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라는 말에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합리의 틀 속에서 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적 유대가 강화될 때 비로소 전쟁같은 극한상황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군 조직은 타 조직에 비해 조직 구성원을 보다 강력히 규제할 뿐만 아니라 획일화하려는 특성이 크다. 군인은 군대라는 조직을 통해 전쟁이라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다. 진정한 직업군인은 예술가와 같이 장인기질(Art)과 과학자와 같이 합리적 사고능력(Science)을 겸비해야 할 뿐 아니라 인간다운 정을 지니고 실천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인이며 음악가인 동시에 과학자가 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전천후 인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군인은 김소월과 같은 서정을 담고 베토벤과 같은 영감 가득찬 악상이 떠오르고 아인슈타인처럼 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해 논리적으로 체계화시키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런 능력들이 군대조직의 특성인 엄격한 제도적 규제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 하므로 훌륭한 군인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으며 제도적 규제성은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필요한 창조적인 영감의 발상을 억제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제복과 계급으로 표현되는 군인은 많으나 내면적으로 위와 같은 능력을 두루 갖추면서 군인다운 군인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흔히 한국인은 감정이 풍부하다고 한다. 한국어처럼 감정의 미묘한 표현이 발달된 언어도 드물다. 즉 정감주의 전통이 강하다. 이 정감주의는 본질적으로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 반면 한국인에 비해 서양인은 감정에 치우친 업무처리보다 비교적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합리주의적 전통은 과학쪽에 더 가깝다. 군인은 복종심이 강하면서도 정감주의적인 면과 합리주의적인 면이 구비돼야 한다. 즉 인간적인 끈끈한 정과 냉철한 분석력,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이들 세 요소는 똑같이 중요하다. 정감주의는 자칫 감정에 치우칠 가능성이 많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감정이란 일종의 기분이다. 군대가 감정에 의해 좌우되서는 현대전에서 승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감정에 의해 무엇을 평가하는 장교가 돼서는 곤란하다. 감정주의나 합리주의가 인간의 마음이 없으면 모두 불가능하다. 양자는 단지 동전의 앞뒤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왜 합리주의를 생각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처한 역사의 단계에서 시대의 흐름이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우리 군의 존재가치인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째로 현대전은 고도의 기술이 좌우하는 과학전의 성격이 짙다. 첨단과학 무기체계의 위력이 강하며 여기에 부합되는 전략 전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상관의 권위주의적 지휘보다는 전문가의 합리성과 창의성에 근거한 자발적 복종과 신뢰와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충성(inspired loyalty)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로 군의 주체인 병사와 장교들 역시 합리주의적 교육체계 속에서 성장된 사람들이다. 군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의 주체는 인간이다. 조직 속의 인간은 지휘집단과 행위집단으로 구분된다. 지휘부가 지도집단이면 예하부대는 행위집단이요, 장교가 지도집단이면 병사는 행위집단이다. 지도 집단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윤리를 구체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법규와 규칙 등이다. 이러한 집단윤리에 따라 행위집단은 움직이게 된다. 즉 지도집단은 규칙 등을 검토, 제정하고 행위집단이 이를 준수하는지 감독하는 두가지 임무를 갖는다. 감독기능보다는 검토, 제정기능이 중요한 것이다. 결정적인 전투에서 군인은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군인의 일상생활을 전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쟁시 절대복종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도 절대복종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군인은 그들의 생활이 만약의 전쟁에 대비한 힘든 훈련의 연속이라 하여 삶 자체가 고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람을 느끼게 되는 명령과 복종이 조화된 현명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합리적인 군대, 민주주의 발전 원동력

합리주의란 현상을 분석하고 현상 속에 감추어져 있는 이치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조직뿐 아니라 인간관리도 외적 형태만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내면세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밤새워 열심히 일하는 장교를 칭찬할 뿐만 아니라, 왜 밤새워 일하는지 그 이유까지도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밤새우는 부서는 조직상 그 부서에만 과다한 업무가 부여되도록 편성되었거나, 능력이 부족하든지 업무수행 방식의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생했다고 무조건 칭찬 또는 보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교는 현상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현상의 원인과 예측되는 결과를 사전에 따져보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바로 합리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합리는 민주주의 확립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 방식은 강력한 통제가 요구되는 군 조직 특성과 부합되지 않는 면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군대관리는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민주시민으로 구성된 군대는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합리적인 군대는 합리적인 시민을 양성하며, 합리적인 시민은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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