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유머풍속사]’서편제’ 임권택 감독더러 ‘권태기’라고

⑬‘덩달이’시리즈 YS초기 ‘복지부동’ 풍자

[아시아엔=김재화 말글커뮤니케이션 대표] 웃음은 재채기나 방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굳이 공통점이 있다면 시원하다는 것뿐이다. 웃음을 나오게 하는 유머, 그것은 역사적인 배경이 있으며, 과학적 패턴을 지니고, 사회에 영향을 주거나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메카니즘이 있다.

‘근대웃음’이 장소팔 고춘자의 ‘스탠드업 포탈개그’(필자가 ‘만담’을 영어로 표현해 본 신조어)나 서영춘 구봉서 배삼룡의 ‘슬랩스틱’(치고 받고 넘어지며, 기성을 지르는 등 큰 동작이 수반되는 코미디)에 머물고 있을 때 웃음은 ‘희극인’들만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배우는 멀쩡한데, 관객의 속내와 일체감을 이루지 못해 코미디언 1세대들의 유머는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민간코미디언’들이 개그를 하기 시작하며 서로를 웃겼다. 1990년대 초 일이다. 민간에서 제조→유행→방송진출을 한 것이 바로 ‘덩달이 시리즈’다.

‘덩달이 시리즈’가 결코 저절로 나온 게 아니다. 당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복지부동(伏地不動)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덩달이’란 이름 자체가 목표도 없고 특별한 불만도 없이 옳든 그르든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가 말이다. 따라서 이 ‘덩달이 시리즈’는 20여년 전부터(아니 어쩌면 지금까지의)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있는 그대로 풍자해 나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한편으로 ‘덩달이시리즈’는 진지한 사고에 앞서 ‘일과성 웃음’만으로 적당히 넘기려는 풍토를 조성하는 등 건강치 못한 의식을 만연시킬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를 하기에 금해야 한다는 ‘한심한’ 시각도 있었다.

덩달이 시리즈 ① 덩달이 할머니마저
할머니가 영화 <서편제>를 보고 오셔서 감독을 물었다.
덩달이: “임권택 감독이에요 할머니!”
할머니: “이름이 뭐라구?”
덩달이: “임….아, 권택이요!”
할머니: “아, 나도 한 때는 느네 할아버지와 권태기가 있었단다.”

② 안드로메다
덩달이는 매번 엉뚱하게 글을 지어 와서 선생님 속을 썩이곤 했다. 하루는 선생님이 꾀를 냈다. 어려운 외국어를 넣어서 글을 지어오라고 시킨 거였다. “덩달아, ‘안드로메다’를 넣어서 글을 써오는 거다.”
그날 밤 숙제 때문에 끙끙 앓던 덩달이는 노트를 집어 던지고 TV 앞에 앉았다. 마침 ‘남북의 창’이 방송되고 있었다. TV를 보던 덩달이는 무릎을 쳤고, 숙제를 할 수 있었다. 덩달이가 아나운서 말을 듣고 쓴 글은 이랬다. ‘오늘 저녁에 평양에는 전기가 안드로메다’(안 드롭네다)

③ 덩달이의 뛰어난 동음이의어 실력
선생님은 덩달이에게 ‘전문가’, ‘자신감’, ‘불안감’ 이 세 단어를 넣어 문장을 지어오라고 했다. 덩달이 글은 이랬다. “우리 할머니가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 찾아와서 사장님에게 말했다. ‘사장 아래로 높은 사람은 누군가요?’ 그러자 전무라고 했다. 그때 할머니는 ‘아 전문가?’라 하셨다. 할머니가 다방에서 쉬면서 아가씨에게 물었다. ‘율무차 위에 둥둥 떠 있는 게 잣인감?’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엄마에게 ‘저 빨랫줄에 널려있는 게 에미 부란감?’ 하고 물으셨다.”

④ 한일합방
선생님이 덩달이에게 ‘한일합방’을 넣어 짧은 글짓기를 하라고 시키자 덩달이는 뜻밖에도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써왔다. 그러나 선생님이 아무리 읽어봐도 ‘한일합방’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며 직접 읽어보라 하셨다. 덩달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이토오 히로부미! 넌 우리 민족의 원수이므로 죽어야 하니라 빵!(한일합방)”

덩달이 시리즈가 전국적으로 전파되었는데, 가수 DJ DOC(디제이덕)가 부른 ‘덩달이시리즈’라는 노래가 일조를 했다. 그 노랫말 구성은 이랬다.

⑤ 성형수술
때는 조선시대 덩달이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 끝에 드디어 과거시험 길에 오르게 되었어. 해는 지고 도착한 곳은 깊은 산중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불빛을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 이렇게 외쳤던 거야. “이리오너라~이리오너라~” 아무리 외쳐대고 불러대도 문이 열리기는커녕 인기척조차 없는 것이 아니겠어. 아무런 기척이 없자 문을 빼꼼이 열어보았어. 갑자기 휙 하고 이리가 덩달이를 덥쳤어. 물리고 뜯기고 뜯기고 물린 불쌍한 덩달이 너무나 분하고 너무나 억울한 생각이 들었어. 3년 동안 무술연마를 갈고 닦았어. 그 산속 스님을 다시 찾아갔던 거야. “이리 오너라~이리 오너라~” 그러나 그 이리는 꼼짝도 없이 앉아있는 것이었어. 덩달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동안 배운 무술을 모두 동원해 이리를 공격했어. 불쌍한 이리, 이리 맞고 저리 맞고 저리 터져 피투성이가 되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지는 갠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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