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칼럼] 어느 퇴직경관의 ‘결혼식 참석기’

[아시아엔=김중겸 전 충남경찰청장] 연말연시 결혼식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딸을 출가시키는 자리다. 1982년 처음 알게 된 양하씨는 필자가 경정 때 갓 임용된 순경이었다. 지금은 경위다. 일선현장에서 줄곧 일해 왔다. 워낙 착실한 사람이라서인가, 승진은 오히려 더뎠다. 안타까운 게 한둘이 아니다. 사위 맞이하는 자리, 미소 지으며 절하는 딸을 보는 순간 아버지 눈에 반짝 뭐가 고인 듯했다.

경감인 태경씨 딸 결혼식에서 주례를 섰다. 그 밝고 경쾌하고 시원시원하던 태경씨 말수가 적어졌다. 아니 거의 안했다. 아버지는 다 그런 거다. 게서 만난 복동씨. 연초 경정 승진했더라면 지금 맘 편하고 더 즐거웠을 텐데.

덕기씨는 1983년 대전경찰서 경비과장 시절 만났다. 업무용 차량 운전요원이었다. 현재는 경위. 필자가 충남경찰청장 때는 비서 겸 청장 차 운전을 했다. 경사였다. 스물아홉 딸이 시집갔다. 직전에 발표된 경감 승진 명단에 이름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내내 표정 굳었던 건 아니었으리라.

다들 그저 존경스럽다. 순경부터 시작해 30년 넘게 일해 오는 동안 고초야 어디 한둘이었겠나. 월급이 여유 있었나, 일이 수월했겠나. 그래도 아이들 키우고, 결혼시키기 시작한다.

용인으로 귀가하는 길 시외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개울가 어디서 와서 자리 잡았는지 철새 무리가 수십 마리씩 내려앉아 있다. 기왕 온 철새들 한국서 겨울 나는 동안 편히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생각은 어느 새 다시 대전 그때로 갔다. 대전경찰서는 현재 대전중부경찰서다. 경비과 승용차는 포드20으로 청와대 경호실에서 쓰다가 대전까지 왔다. 미제인 이 차는 기름 먹는 하마지만 힘은 좋았다. 휘발유 조달이 재미있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덕기씨 딸 결혼식에 옛 경비과 동지들이 다 모였다. 직원회의와 다름없다. 문득 부인 명자씨와 함께 온 재명씨 생각이 났다. 경호 요도(要圖) 만드느라 고생 많았다. 일일이 걸어 다니며 작성했다. 하필 한겨울에.

함박눈 내리던 날. 도대체 이런 날도 일하나. 경찰서로 돌아오지 않고 뭐 하구 있나 궁금했다. 놀라게 하려고 가봤다. 그 이 경장 뒤를 동네 백구가 졸졸 따라 다녔다. 못 보던 이상한 이방인 보듯했다. 추위에 곱은 손 호호 불며 녹이고 있었다. 연필심 입 안에 넣어 침 묻히는 모습. 그걸로 메모하는 걸?보았다. 그때 나는?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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