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클래식 ‘오페라마’ 전세계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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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무력함을 느낀다. 예술은 ‘쓸모 없음’이란 명분 아래 문제들을 애써 외면해온 게 아닐까.” <오페라마 시각>(정경 저) 프롤로그

[아시아엔=대담 이상기 기자·정리 최정아 인턴기자] 고전예술과 대중예술의 간극이 계속 멀어지고 있다. 기초예술은 고리타분하고 상위층만 누린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경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은 예술 본연의 모습을 지키면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정 소장 인터뷰는 12월4일과 11일 두 차례 이뤄졌다. 정경 소장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한번의 인터뷰로 담기에는 무리였다고 판단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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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눈에 띠는 그림이 있다.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팝아트로 표현한 초상화다. 클래식을 전공한 그가 전통예술에 반하는 ‘팝아트’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한 편의 그림으로 그가 추구하는 예술관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고전예술은 점점 대중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오페라만 봐도 작품들은 이미 한정돼 있어요. 예술적 철학은 담겨있으나 대중들은 어렵게 느끼죠. 반면 대중문화는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지요. 표현방법은 쉬워졌으나 예술적 가치를 담아 표현할 철학이 실종됐어요. 고전예술과 대중예술 모두 발전했지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습니다.”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고전예술 ‘오페라’와 대중예술 ‘드라마’를 융합해, 동서양은 물론 고전과 대중예술 모두 표현 가능한 융합아트플랫폼인 ‘오페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오페라마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여기엔 그의 하루 일정이 분 단위로 빼곡히 적혀있다. 소장님, 교수님, 바리톤 가수. ‘정경’(丁經)이란 이름에 붙는 타이틀이 세가지에 이른다. 그만큼 정경 소장은 오페라 가수뿐 아니라 학문분야에서도 성공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겠다. 외모나 경력으로 봐선 탄탄대로만 걸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는 모범생이 아닌 ‘꼴찌’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학생 땐 공부하기는 싫고 늘 말썽꾸러기였어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떨어지고, 정원미달로 인문계 고교에 갔을 정도니까요. 음악도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가기 위해 억지로 시작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음악을 접해 보니, 한국에서는 엘리트코스를 밟지 않으면 예술인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고전예술 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도 대중음악과 경쟁하기 어려운데 말이죠. 그래서 고전예술과 대중예술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게 오페라마입니다.”

정 소장은 하루 2시간 많아야 4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고 한다. 연간 100회 이상의 국내외 대학 및 기업특강, 방송출연과 음반제작 및 저서출판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만 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먹고 자는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성신여대, 국민대 등에서 한 특강사례를 불쑥 꺼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제 특강을 들었어요. 2시간여 동안의 특강이 끝나자 학생 30여명이 제 명함을 받아갔는데, 그 중 몇몇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어요. 문자를 받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그저 취업만을 위해 달리고 있는 거예요. 지금의 기득권층이 젊은 세대들에게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교육자로, 예술가로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지요. 학생들과 충분한 교감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구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인다. 그가 예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왔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돈과 권력의 지배구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사회와 동떨어진 학생과 종교인들만 사회부조리와 구조적인 문제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생들은 취업난으로, 종교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어요. 예술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봐요.”

<3.87:1>. 그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상연한 오페라마 작품이다. <3.87:1>은 소위 ‘SKY’라 불리는 명문대의 입학경쟁률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는 고3 학생들의 현실과 학벌만 중시하는 한국사회를 꼬집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장례식이 배경이라 작품 올릴 때부터 많은 분들이 걱정했지요.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은 꼭 해야 한다고 과감히 밀고 나갔어요. 실제로 어떤 관객분은 너무 어둡고 우울하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예술이 역할을 하려면 대중이 원하는 것만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때는 대중이 틀릴 때도 있거든요. 예술이 중심을 잡아야 할 때는 ‘똑바로 그리고 제대로’ 서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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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다큐멘터리 등 유투브 올려 대중과 소통
정경 소장은 “클래식은 대중화되기 어렵다. 때문에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직접 실천하고 있다. 유투브에서 오페라마를 검색하면 오페라마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 등 오페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디지털시대의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가수들은 정규앨범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디지털 앨범을 7집까지 발표했고, 정규앨범엔 락 기타리스트 김세황씨와 세레나데 ‘그녀에게’를 협업했어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악과 하드락을 하나의 색깔로 녹여냈어요.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돌도 마찬가지예요. 실력보단 화려함과 섹스어필로 무장한 아이돌 일색의 대중문화는 문제가 있어요. 시대를 통찰하는 철학을 지닌 문화가 표현되고 공유돼야 클래식과 대중문화가 상생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마가 이런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꿈이 뭡니까”라고 묻자 의외의 답이 되돌아왔다. “아프리카에 극장을 짓는 것입니다. 강대국에게 정치·경제적으로 지배받는 아프리카에 꼭 예술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음악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세계인이 하나 되는 마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시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남북통일, 청년취업난 등 예술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거든요. 예를 들면 경주를 찾는 외국관광객들이 천년 역사를 지닌 신라의 문화유적지만 돌아보고 한국을 떠납니다. 외국인들이 신라문화의 1차 콘텐츠만 보고 돌아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오페라마 신라>나 오페라마 화랑도> 등 연관 문화콘텐츠를 통해 신라의 과거-현재-미래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의 2014년 마지막 작품은 12월22일 DMCC에서 열린 <코피노>다. 이 작품은 ‘코피노’(한국계 필리핀인)라 불리는 필리핀 사생아 3만명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됐다. 코피노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단다.

“과거 오페라 황금기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뮤지컬, 그리고 다음세대는 오페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나 ‘문화에 투자하세요’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는 미래를 이끌어갈 문화예술 플랫폼 ‘오페라마’ 연구에 매진하고 있고요. 어떤 브랜드와도 경쟁가능한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놓고 있는 것이죠. 대중문화와 클래식의 융합플랫폼 오페라마가 전세계에 선보일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3 comments

  1. International magazine AsiaN in an article that polished in 24th of December talked about this performance:

    South Korea Kyunghee University students majored in non-arts related fields and without any experience in theater or acting went to the stage and let their hearts out to prepare for a performance they have never done in their lives.

    It was to let the world know more about Kopino, children born between a Korean father and Filipino mother. Focusing on the suffering of the Kopino children, ’Kopino Operama’ was held last December 22nd in the Digital Art Hall in Sangam-dong, Seoul. In the play, the mother of Marie, the main character, passes away, leaving her on her own to look for her biological father.

    The main character, Marie, was played by Park Kyeong-ah and President Jeong, a businessman, was played by jo Yo-hwan. Both are students are communications students from Kyunghee University. Marie’ mother, Lily, was played by Kim Jeong-in, a student majoring in trade. There are approximately 30 thousand Kopinos in the Philippines. It rises as a social issue as the Korean fathers abandon their children and do not take responsibility. Directed by Hwang Tae-jun, a student majoring in composing, he notes that “We want to let Kopino children to know that we share the suffering that they experience” and that “while most of us are non-arts major students, we have practiced for this play and have slept only for 3 hours every day with our goal to relay our me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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