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함께 하는’ 아시아의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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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차려 놓고 조상에게 두 번 절을 올린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로 떡국을 끓여 먹고 웃어른께 세배를 한다. 어린이들에게 이날은 ‘세뱃돈’을 받는 행복한 날이기도 하다. 이는 대한민국 한 가정의 설날 풍경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태국이나 몽골에서도 음력설을 쇨까, 어느 나라에서 양력설을 보내는 것일까? 설날을 맞아 아시아 각국의 새해 풍습 등을 알아보기 위해 AsiaN이 주한외국인들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이번 ‘주한외국인 토크’는 15일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AsiaN 사무실에서 이뤄졌다.주한유학생협의회 사무국장인 리사(Lisa Witter 미국)가 사회를 맡았고,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3년 김판(한국)씨가 진행을 도왔다. 사라스와티 라이(Saraswati Rai 네팔), 돈나벨 카시퐁(Donnabelle Casipong 필리핀), 양성명(楊星明 중국), 벨(Rattapol Piriyathanaruk 태국), 라훌 아난드(Rahul Anand 인도), 모리나가 타케히로(Morinaga Takehiro 일본) 등 7개국 출신들이 참석했다. 또 이날 참석한 7개국 이외에 라오스, 베트남, 몽골, 터키 등 아시아 11개국의 새해 풍습과 큰 명절에 대해 알아봤다.


일본에는 음력설 없고, 중국 최대명절은 ‘춘절’

중앙대 경영학과 4학년인 모리나가 타케히로는 “일본에는 음력 개념이 없고, 새해 1월1일부터 1월3일까지 새해를 지낸다”고 했다.

중국 남동부 장시에서 쌀로 만든 전통 음식 '시바'를 말리고 있는 주민들(사진=신화사)

중국은 한국처럼 음력설을 쇤다. 중국의 새해맞이는 섣달그믐부터 ‘제등축제’가 있는 마지막 날까지 15일 동안 계속된다.

한서대 중국어학과 교환학생 양성명은 “중국에서는 새해 하루 전 좋은 과일과 새 옷 등을 사는데 돈을 쓴다. 또 이날 저녁을 준비할 때, 보통 20가지 이상의 음식을 차린다. 대가족인 경우 또는 지역에 따라 100가지 이상의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이날 사람들은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중국 설날인 ‘춘절’에는 한국처럼 조상들이나 친척들에게 절을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세뱃돈을 받고, 이를 베개 밑에 놔둔다. 그는 “어려서부터?돈을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팔에는 등(燈) 축제

한국에 설날이 있다면 인도에는 음력 10월에서 11월 사이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인 ‘디왈리’(Diwali)가 있다.

KAIST 경영학석사과정에 유학중인?라훌 아난드는 “등명제(燈明祭)인 ‘디왈리’는 인도뿐 아니라 네팔, 스리랑카, 버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모리셔스에도 있다”고 했다. 또?“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에 따르면 라마(Rama)신이 라바나(Ravana)를 죽이고 아이오데하(Ayodhya)로 돌아왔을 때 시민들이 도시 전체를 온통 흙으로 만든 등으로 장식했다”며 인도의 디왈리에 대한 유래를 설명했다.

디왈리에는 부(富)의 여신 라크스미(Lakshmi)의 탄생일을 기념한다. 이날 인도인들은 보통 사원에 따로 가지 않고 가정에서 신을 모신다.?“비싼 물건이나 금 등을 신에게 바치는데 이는 신에게 바친 물건과 부(富)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이날은 새 옷을 입고 단 음식을 준비해 라크스미 여신에게 바치고, 친척을 방문해 단 음식을 교환하며 ‘사랑하는 이들의 번영’을 기원한다.

네팔도 인도의 ‘디왈리’처럼 음력 10월 말 쯤 디파월리(Deepawali, Dipawali) 또는 띠하르(Tihar)라고 하는 ‘빛의 축제’가 열린다.

국제피스스포츠연맹(IPSF)에서 근무 중인 사라는 “요즘 네팔에서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1월1일을 새해로 기념한다. 거의 한해를 위해 기도하는 것 등으로 크게 색다른 것은 없다. 일부 부족은 아직도 전통적으로 새해를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등명제'(Diwali/Deepawali)가 있는 날 밤, 인도의?도시 풍경(사진출처=위키피디아)

태국은 4월이 설, 라오스와 함께 물 축제

KAIST 경영학석사과정의 태국 유학생?벨은 “다른?나라들처럼 태국에서도 1월1일을 새해로 기념한다. 그러나 태국에서는 태국 달력으로 4월에도 새해를 기념한다”고 했다.?

태국은 태국력으로 4월12일에서 14일 쯤 설날을 지낸다. 이 시기는 여름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이때 태국에서는 물 축제인 ‘송끄란’이 열린다. 송끄란에서는 거리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축복하며 물을 뿌리는데, 벨은 이에 대해 “불교의 종교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국에서는 보통 3일 동안 설 연휴를 지내며 “첫째 날에는 방과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둘째 날에는 사원에 가 기도를 하고 불상에 물을 바친다”고 했다.

‘서로 간에 물을 뿌려주는’ 독특한 새해맞이 풍습은 라오스에도 있다. 라오스에서는 음력설을 쇠지는 않지만 새해 첫날을 석가탄신일에 버금가는 축제로 여긴다.

서울시립대 교환학생 아오이 파릿다는 “신년 축제 때 사람들은 서로 물을 뿌리는 의식을 갖는데, 특히 연장자에게 (물을) 뿌리는 것도 장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태국에서는 승려들에게 물을 뿌리지 않지만 라오스에서는 “학생들은 가장 먼저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물을 부으며, 그 다음에는 ‘만수무강과 평화를 기원하며 스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서로 물을 뿌린다”고 했다.

몽골에선 음력설에?고기만두 빚고?세배도

몽골식 고기만두 '보츠'(사진제공=어트거)

몽골의 설날은 ‘차강사르’(Tsagan Sar)라고 한다.

재한국제유학생협회(ISAIK) 어트거는 “몽골에서 설날은 최대 명절이자 성대한 축제이다. 몽골인들은 석달 전부터 설날 준비를 시작한다. 설날에는 보통 집집마다 1000개 이상의 ‘보츠’(몽골식 고기만두)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 양을 잡아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내놓는데 이를 ‘오츠’라고 한다.

몽골인들은 가을이 시작되면 다음 해 설날을 위해 살이 오른 통통한 양을 한 마리 잡아 얼려둔다. 그리고 섣달그믐에, 얼려서 보관해 둔 양을 커다란 솥에 삶은 후 이웃들과 모여 나누어 먹는다.

이밖에도 몽골에는 한국과 비슷한 세배 문화도 있다. 설날 아침, 몽골인들은 해 뜨기 전 일어나 아침에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이때 ‘하닥’이라고 불리는 흰 천을 들고 서서 세배를 하며 연장자에게 세뱃돈을 드리는 것이 한국의 세배와는 다른 점이다.

몽골 가정에서'하닥'을 들고 세배하는 모습(사진제공=어트거)

 

필리핀에선?12가지 과일?12일간?접시에 담아? ‘부자 기원’

필리핀에서는 12월 마지막 날 불꽃놀이를 하거나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이에 대해 돈나벨 카시퐁은 “그래야 앞으로 한 해 동안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새해에 오렌지, 사과, 포도 등 동그란 모양의 과일 12가지를 큰 접시에 담고 싶은 만큼 담아 12일 동안 놓아둔다. “이는 12달, 즉 한 해 동안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다.

또 주머니에 동전 12개를 넣고 소리를 내며 흔드는 풍습도 있다. 이때 주머니에 넣어둔 돈은 사용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 돈나벨 씨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이 새해에 들어오라는 의미이다. 이날 돈을 쓰면 한해 내내 그렇게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통음식 '반쯩'을 만드는 모습(사진출처=위키피디아)

베트남 음력설은 ‘뗏’

베트남 음력설 ‘뗏 응웬 단’(Tet Nguyen Dan)은 ‘새해 첫 날 첫 아침’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짧게는 ‘뗏’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뗏에 필리핀에서 하는 것처럼 대규모로 폭죽놀이를 한다. 가족, 친지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른 여러 나라와 비슷하다.

국민대 기업경영학과 유학생 응엔 민 찌는 “베트남에서는 설날에 전통음식 ‘반쯩’을 먹는다”고 말했다.

반쯩은 대나무 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싸 먹는 떡인데 그 안에는 삶아 넣은 찹쌀, 돼지고기와 녹두가 들어간다. 또 베트남은 이날 집 문밖에 금귤나무를 걸기도 하고, 복숭아 나무로?장식하기도 하는데 이는 재화를 불러들이는 의미가 있다.

'쿠르반 바이람'에 희생제물로 바쳐지는 양(사진제공=아이한 카디르)


터키 가장 큰 명절은 ‘쿠르반 바이람’

터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은 라마단 기간 이후 ‘쿠르반 바이람’과 ‘라마잔 바이람’이다. 특히 쿠르반 바이람은 ‘희생절’이라고 해서 이른 아침 양 또는 소를 잡아 3분의 1은 가난한 사람과 나누고, 3분의 1은 친척이나 이웃들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 3분의 1을 자신의 몫으로 돌린다.

이스탄불문화원 루미포럼 코디네이터 아이한 카디르는 “터키에서는 1월1일을 휴일로 새해를 보낸다. 주로 터키 동남부에서 페르시안 달력으로 3월21일을 (새해로) 챙기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력으로도 새해가 특별한 날은 아니기 때문에 챙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쿠르반 바이람' 당일 아침 바이람 예배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사진제공=아이한 카디르)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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