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관의 경제산책⑧] 볼모상품? 경쟁상품?

기업들이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은 대체재와 보완재 발견하기

1. 대체재와 보완재란?

우리나라 속담에 ‘꿩 대신 닭’이 있다. 자신이 사용하려던 것이 없으면 그와 유사한 것으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느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말하며 ‘대체재(Substitute goods)’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대체관계에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콜라 대신 사이다, 케이크 대신 빵, 정품토너 대신 재생토너, 지하철 대신 버스 등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있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는 속담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끼리 서로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닌다는 뜻이다. 이처럼 서로 같이 붙어서 한 가지 용도로 쓰이는 재화를 ‘보완재(Complementary goods)’라고 한다. 우리 생활에서 이러한 것은 아주 많다. 커피와 설탕, 칼라프린터와 잉크, 연필과 지우개, 자동차와 기름, 골프공과 골프채, 신발과 양말 등. 이 경우 한 가지 재화를 따로 사서 쓰기보다 한꺼번에 구입해 함께 쓰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보완재는 한 가지 값이 올라가면 다른 상품의 소비는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커피 값이 오르면 커피를 덜 마시기 때문에 설탕의 소비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2. 볼모상품을 이용하는 보완재

이러한 대체재와 보완재의 성격은 단순히 어떤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다른 연관된 재화의 수요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 하는 경제이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사회?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대체재와 보완재의 관계를 절묘하게 활용한 각종 마케팅 전략들이 활용되고 있다.

우선 보완재의 성격을 활용한 대표적인 전략으로 볼모상품을 들 수 있다. ‘볼모상품’이란 제품은 싸게 공급하여 소비자를 많이 만들어 두고, 그 재화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소모품, 즉 보완재를 비싸게 공급하여 이윤을 남기는 상품을 이야기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린터기를 예로 들 수 있다. 프린터기는 과거 굉장히 비싼 컴퓨터 주변기기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일반 가정에서는 프린터기를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고,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도 소량 보유한 값비싼 첨단 기기였다. 그런데 이 프린터기가 굉장히 싼 가격에 공급되어 가정에서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대신 프린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잉크나 토너를 자사제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이들 기업들은 프린터기에서 남길 이윤을 소모품 판매를 통하여 남기게 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즉석카메라(폴로라이드 카메라)를 들 수 있다. 폴로라이드 카메라는 값싸게 공급하는 대신 폴로라이드 필름을 비싼 값에 판매함으로써 폴로라이드 카메라로 남길 이윤을 필름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완재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3. 경쟁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대체재

대체재의 경우는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을 만들기도 한다.

가정용 칼라 프린터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칼라 프린터기를 값싸게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프린터기 보유량은 분명 증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프린터 잉크나 토너가격이 너무 비싸다보니 싼 값에 프린터기를 보유한 가정에서 잉크나 토너를 재구매하는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소모품 값이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비싼 기현상이 생기고 결국 집안에 전시되는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잉크 충전과 재생토너 사업이다. 프린터기 회사들이 자사 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소모품의 모델을 표준화시키지 않고 비싼 가격을 부르다보니, 프린터기 잉크나 토너 자체가 독점화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생토너나 잉크를 충전하는 방식이 나오게 되자 더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토너와 잉크를 재구매하는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즉 정품 잉크와 토너의 높은 가격이 재생 토너와 잉크 충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어찌보면 틈새시장은 바로 이러한 대체재와 보완재의 개념을 활용해서?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4. 맥주와 소주는 어떤 관계?

보완재와 대체재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판도가 달라진 경우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맥주회사(H맥주)가 소주회사(J소주)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소주와 맥주를 대체재로 보아야 할 것인지, 보완재로 보아야 할 것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핵심 논의대상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만약 소주와 맥주가 경쟁관계에 있는 대체재로 판단되면 맥주시장과 소주시장은 서로 분리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주와 맥주가 보완재라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는데 이럴 경우 대형 맥주회사가 소주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면 독과점 폐해가 생겨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소주와 맥주를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을까? 아니면 소주와 맥주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을까? 소주를 마시면서 맥주를 함께 마셔야 한다면 둘은 보완재가 되고, 소주를 마실 경우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면 둘은 대체재가 된다.

H맥주 회사에서는 소주와 맥주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라며 J소주 인수에 따른 시장지배력 확대는 우려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주와 맥주 시장은 소비계층이 다르고 계절적으로 소비량도 크게 다른 만큼 대체관계로 볼 수 없으며 시장이 서로 다른 보완재라고 인정하고 H맥주의 J소주 인수를 승인해주었다.

만약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맥주와 소주가 대체재라고 인정하였다면, 현재의 시장판도는 매우 달라졌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 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어찌되었건 H맥주의 수입은 증가했고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 금융지주사의 사업영역 확장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가격에 따라 수요가 변화하는 주변상품일 뿐이라 생각했던 대체재와 보완재가 중요한 경제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열거했던 상품만 있을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이러한 이슈가?금융서비스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메이저급 은행들은 금융지주사형태를 가지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캐피탈사,저축은행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주사의 사업영역 확장이 고객 서비스에 보완재로 작용하게 될 지 대체재로 작용하게 될 지는 궁금하다.

만약 이러한 서비스의 확장이 은행 고객이 원하는 재태크와 신용소비활동 그리고 더 광범위하고 전문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보완재 기능을 한다면, 시너지가 있어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고객정보를 계열사인 보험사나 증권사 카드사에 제공하여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고객에게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정보 혹은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금융서비스의 대체재를 거대은행의 손바닥 위에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업확장이 소비자에게 보완재로서의 도움을 주는 행위인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으며, 소비자 역시도 이러한 마케팅을 곰곰히 고민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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