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지키는 ‘의인 이근석’

1997년 1월10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소매치기범들과 격투를 벌이던 경찰관을 돕다가 자신을 희생한?故?이근석(당시 24살)씨를 기리는 ‘의인(義人) 추모비’. 11일 밤 명동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표정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밝아 보였다. 이씨가 하늘에서 명동사람들을 지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블로그 ‘썸데이서울’ 인용글이다.

“서 형사의 눈앞에서 소름끼치는 빛이 번득였다. 소매치기 한 명이 칼을 휘두른 것이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구나! 피가 튀고 사람이 픽 쓰러지자 사람들은 늑대를 본 양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도주로가 뚫린 소매치기들이 달음박질을 하려는 순간 인근의 악세사리 숍에서 한 젊은이가 튀어나왔다.

청년은 정의의 사자처럼 칼을 든 소매치기에게 달려들어 그를 제압하고 칼을 빼앗아 팽개쳤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울렸지만 그 환호는 소스라치는 침묵에 묻혔다. 바닥에 엎드렸던 소매치기가 또 다른 칼을 꺼내 청년의 심장을 찔러 버린 것이다.

소매치기들은 남산 쪽으로 달아났다. 청년은 병원에 실려가면서 연신 이렇게 얘기했다. “집에 연락하지는 말아요 부모님 걱정하시니까. 그것은 유언이 됐다. 삼형제 중 막내, 형들에 비해 공부는 못했지만 장사를 해 볼 결심으로, 그리고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각오로 리어카 행상을 나섰던 청년, 팔다남은 옷가지가 있으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옷을 안겨줬고 유난히 싹싹해서 단골도 많았던 청년은 그날 이후 다시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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