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vs안철수 승자, 김정은과 정상회담할 것”

국회의원 출신 역술인 이철용씨
“안철수 출마 안해도 영향력 클 것···박근혜 경험과 안정감 강점”

운기관리연구소 '통' 이철용 대표. <사진=민경찬 기자>

빈민운동 1세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회의원까지 지내고 9년째 인생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철용(64)씨는 20년은 젊어보였다. 1970~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필독서이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어둠의 자식들>, <꼬방동네 사람들>, <목동아줌마> 등 밑바닥 삶을 그려온 그는 13대 국회의원(1988~1992년)과 지구당위원장 등으로 10여년 정치권 물 먹은 태를 숨기지 않았다. AsiaN은 9일 오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칠보사 뒤편 옛 가옥에서 그를 만났다. ‘통(通)’ 이라고 쓴 목각표지판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인터뷰 도중 “나는 사주보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상담을 해주는 사람”이라며 “‘사주’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두세 차례 반복했다. 임진년 올해 대한민국엔 총선과 대선 등이 잇따라 치러지고 작년 연말 북한 김정일 사망으로 한반도는 어느 해보다 격동의 한가운데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철용씨는 앉자마자 북한 김정은 얘기부터 꺼냈다.

“김정은은 하관이 불안정, 유훈통치로 3년은 갈 것”

1월8일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생일. 김정은 사주는 어떻게 나오나?

“김정은이 1983년생인지 1984년생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사주를 보진 않았다. 사주보다는 관상이 더 뚜렷한 건데, 하관이 좀 안 좋다. 김일성은 관상학적으로 차 있는 얼굴인데 비해 김정은은 불안정하다. 유전적으로 혈압이나 당뇨가 있어 보인다. 후천적으로 왕자교육을 받아 점잖은 거고 유훈통치로 3년은 가겠지만 장성택이나 김경희 (뒷받침) 없으면 어렵겠다.”

김정일의 사망은 세계정세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이씨는 “(2009년) 김정일이 쓰러지고 나서 김정은은 이미 권력이양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질로 봐서 3대가 아니라 5대 세습도 가능하다. 그러나 핵이 김정은까지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우상화가 되면 스스로 타락하게 된다. 연출이건 뭐건 떠받들면 착각하고 오만방자해진다. 1년 만에 안하무인 되지 않겠나. 정책을 강성으로 몰아갈 수도 있겠다. 북한 내부는 내년 안에 상당히 요동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주자 관상 우열은 없어, 안철수는 눈 코 좋아”

올해 우리나라는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그는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최근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안철수 교수는 기존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재 9명 정도가 대권후보로 압축된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오는 사람들은 얼굴에 얼이 살아 있다. 관상학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2~3명 정도로 압축될 텐데 안철수가 나온다고 본다. 안철수가 안 나오더라도 안철수 없는 정당이 나올 거다. 안철수의 관상을 보면 눈과 코가 참 좋다. 물들지 않았고 돈봉투 사건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밑에서 장난치지 않을까가 우려된다.”

박근혜-안철수 등 가장 유력한 두 사람의 남쪽 대권주자들이 북한 김정은과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경우를 가정해 물었다.

이씨는 “안철수 교수는 상식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접근할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안정감 있게 접근할 것이다. 북쪽에서는 북핵카드를 계속 쥐고 있겠지만, 요즘 이란의 영향이 심상치 않아서 그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이 권력을 쥐었는데 이번에 이명박 정부가 조문 같은 것은 내버려뒀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 텐데, 이번 정권과는 상종도 안한다고 하지 않나. 미국하고 직거래하겠다는 건데.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강경하게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고승덕 돈봉투 폭로 “누가 박희태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이철용씨는 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당시 故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언을 한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폭로에 대해서도 “진작부터 있었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이 300만원 줬다고 얘기하는데, 웃기더라. 그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의원 시절에 2000만원은 보통이었다. 그 돈은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후보들이 밥값, 교통비로 주는 거다.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지구당위원장들은 수입이 괜찮아지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관행을 끊어야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돈이 어디서 들어오겠나. 재벌이 준다. 왜 주나. 소비자인 국민을 속이고 편법을 쓰고 원칙을 깨서 돈을 좀 더 벌기 위해 막아달라고 미리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거다. 자본이 흡인력이 있으니 권력과 함께 돌아가는 거다. 재벌의 돈을 받은 자가 대표가 되면 받은 만큼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 사람 잘못 뽑으면 손해는 국민이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폭로가 정치 풍토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국민의 편에서 폭로를 했다면 찬성이지만, 그 안에서도 권력암투의 냄새가 난다. 비대위가 밀리니까 치는 것. 그렇다면 야당은 온전한가? 아무도 돌 던질 사람은 없을 거다. 박희태한테 돌 던질 대표급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꼼수 부리지 말고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 편에 서는 정치 풍토 만들기 위해 다시는 재벌에게 돈 받는 관행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짜 싸워야 할 것은 예산 “부자는 배터져 죽고 빈자는 배고파 죽어”

역술인이 된 이철용 전 국회의원. <사진=민경찬 기자>

이어 이씨는 국회의 예산 분배가 더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그는 “필요한 곳에 돈이 많이 가야한다. 병든 사람 치료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 먹여주고 헐벗은 사람 입혀주고 희망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 주는 쪽으로 예산이 쓰여야 하는데, 아직은 부자를 위한 예산이다. 배부른 놈은 배 터져 죽고 배고픈 놈은 배고파 죽게 만들고 있다. 300만원을 뿌렸느니 어쩌느니 싸우기 보다는 한 해 예산이 진정 사회적 약자에게 가고 있는지 그런 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들이 사주를 보러 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강한 자들에게는 솜방망이고 약한 자들에게는 쇠방망이인 것이 법이다. 부자들의 창구를 지켜주는 법으로 흘러가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복지를 논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러서는 입싸움만 하고 있다. 그 입싸움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여기 (사주 보러) 오는 거다. 그들의 운과 사주만 갖고 상황을 단정하는 것은 아주 잔인한 것이다. 상위의 비상식적인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치판 자체가 바뀌기 쉽지 않다며 모두의 변화를 주문했다.

“정치라는 것은 최선 아니면 차선이니까 강도보다는 도둑놈이 낫고 그보다는 좀도둑이 나은 것. 권력 문패만 바꿔 놓을 뿐이지 정치판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사실 의미가 없고, 정치인이 변해야겠지만 사회 공동의 책임,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이므로 개개인도 변해야 한다. 진짜 소리를 질러야 할 사람들은 말을 못하고 메아리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데 말 안 해도 될 사람들이 나와서 큰소리를 치니 문제가 생긴다. 진짜 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운이나 성공은 로또복권이 아니라 누적되는 것”

어지러운 사회, 개개인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그는 “없는 사람들은 게으른 경우가 많고, 있는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몰라서 사회가 시끄럽다. 말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잘 다져야 한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습관이 변해 운명도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1~2시간씩 운동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사는 날까지 건강해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도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즘은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사주팔자를 풀며 보고 느낀 ‘사주와 관상의 진실과 오해’에 대한 것이다.

그는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렵고 힘든 사람, 사회적 약자인 사람이 많은데, 사실 운이라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사주와 관상에 국한해 숙명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 운명은 사회질서, 구조와 같이 가는 것이며,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라고 했다.

즉 “대체로 운이나 성공을 대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또복권이 아니라 마일리지라고 봐야 한다. 김연아가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고 노력하면서 세계 최고가 된 것이지 로또 복권 사면 당첨되듯 성공을 이룬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중소설가로서, 빈민운동가로서, 또 정치를 했던 사람으로서, 사람에 대해 많이도 겪었을 이철용씨는 지금도 계속 사람을 탐구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는 말을 하지만 누구는 말을 해야 하는데도 못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말을 해야 되는데 못하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겠다. 음지에 있는 것을 끌어내 양지화하고 양지에서 까부는 사람들은 음지쪽으로 오게 하고, 소통시키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겠다.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성직자처럼 중재하는 무당과 같은 존재다. 이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대신 푸닥거리 해주고 싶다.”

해가 질 무렵 시작된 인터뷰는 인근 식당으로 옮겨 반주를 들며 이어졌다. 주로 정치권 인사들이 안주가 됐다. 그는 실명을 거론하며 흥이 났다.

“받는 사람이 가장 기분 좋도록 주는 사람은 ㄱ의원이다. 그는 200만원이 든 봉투를 주면서 ‘내가 이것밖에 없는데, 자네 쓰게나’ 하고서는 뒤돌아서자마자 ‘내가 쓰려던 건데, 이거 100만원도 자네 가져가게’ 한다. 처음부터 300만원을 주려던 거였다.”

“반대로 ㅈ의원은?돈을 많이 주고도 쪼잔하단 얘기를 듣는다. 후배의원들에게 지갑을 보이며 한 장 한 장 세어주니 정나미가 떨어진다. 덩치는 큰 사람인데 말이다.”

“ㄴ의원도 이쁜 짓만 해서 미운 털이라곤 하나도 안박힌 사람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양복 저고리에서 먼지를 떼어내는 동작을 취하며, ‘자네 요즘 얼굴 참 좋아’ 하고 칭찬이 입에 마르지 않는다. 한번은 DJ 동교동에 ㄱ의원이 낙지를 고향에서 가져왔는데, DJ 보는 앞에서 맨손으로 낙지 한 마리를 ‘턱’ 잡아 입에 털어넣더라. 그런 배짱이 있으니 누군들 미워할 수 없었던 거지.”

인터뷰를 시작한지 3시간 남짓, 감사원쪽 밤하늘엔 열엿새 밝디밝은 달이 섣달 밤을 제맘껏 비추고 있었다.

One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