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전방 총기살해 사건 왜?

국회의원·장차관·언론사간부 등등 빽 써서 군대 안 가는 나라

탈영사병을 두고 온 국민의 관심과 걱정이 많다. 워낙 대군이다 보니 이런 저런 사고가 많은데 애들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그렇다 치고 어른들은 이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임 병장의 아버지는 집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런 변이 터진 것은 군의 책임이라고 항변하였다고 한다. 임 병장은 체포되면 극형이 분명한데 아들에 투항을 외치는 애비의 심정이야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졸지에 청천벽력(晴天霹靂)을 당한 병사들의 부모들의 심정도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보아야 할 것 아닌가? 이 사고는 군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이고 그 근저에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 문제다.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데 있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병역 미필자는 사회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 온 젊은이들의 가장 큰 좌절은 멀쩡한 친구도 군에 안 가는 녀석들이 많은데 자기는 빽이 없어 군에 왔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국회의원, 장관, 재벌만이 아니라, 이런 모순을 지적하고 광정(匡正)해야 할 사회 지도층, 언론사 간부부터 자식이 군에 제대로 갔다 왔느냐를 따져야 한다. 노태우 시절 석사장교라는 제도가 있었다. 석사를 마치면 실제 복무는 전방견학 정도로 마치고 군복무를 필(畢)하는 희한(稀罕)한 제도였다. 당국은 다시는 이런 묘수(妙手)를 써서는 안 된다.

출산율이 줄어드니 병력을 줄이면서 빈 곳은 과학장비로 보강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실현시킬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여 정책의 가정(假定)과 전제(前提)가 충족되지 못하면 원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 아닌가? 장관은 대통령의 의도를 관철할 책임이 있지만 군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할 책임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이것이 건전한 민군관계의 기본설정이다. 육군의 병력을 장비로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더 많은 병력을 요구한 신세키 미 육군참모총장의 논리도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과도한 경계근무를 감소되는 병력으로 수행하면 사단(事端)이 터진다. 이번 사고를 보면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차원에서 더 철저히 챙겨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장관, 의장, 총장 차원에서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는 국민 모두, 국회, 대통령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젖혀 놓고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이번 작전은 육군참모총장이 지휘하였다고 한다. 당연하다. 사단규모의 대병력이 출동하였으니 합참이 지휘하여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합참의장은 합동작전, 연합작전을 지휘하고 전선전반을 주시하여야 하므로 육군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작전은 육군참모총장이 지휘하는 것이 맞다. 해공군 작전은 대부분 합참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나, 육군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작전도 있는데 이런 작전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참모총장도 작전계통에 들어 와야 된다는 것이 김관진 장관의 본래의 뜻이었다. 그런데 해공군 총장이 해군작전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을 겸하는 것은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이를 이유로 합동군의 군제전반을 뒤흔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합참의장과 참모총장의 역할분담은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사고에서 교훈을 얻으면,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군의 간부들은 분발(奮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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