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섬-애플 소송 지식사회 특허전쟁의 서막”

이상희 전 장관은 백발과?구리빛 얼굴이 조화를 이뤄 무척 건강해 보였다. 이 원장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겨 탄다.

<인터뷰> 이상희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원장·전 과기처 장관

대한변리사회장 지낸 자타공인 국내 최고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줄 전문가로 이상희(74)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원장이 떠올랐다. 과기처 장관, 대한변리사회장을 지낸 그 만큼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이 있을까. 7일 오후 서울강남우체국 11층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에서 이상희 원장을 만났다.

-이번 특허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삼성 부회장도 그걸 묻더군요. 삼성이 이기기 어렵다고 그랬어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겠지만 자국 보호주의로 갈 수 밖에 없고, OJ심슨 사건에서 봤듯이 배심원단의?평결이?왜곡될 가능성이 있죠.?객관적으로 보면 삼성이 이기는 게 정상이겠지만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해석할 겁니다. 사실 법도 생물에 가까워 완벽하다고 기대하면 안 돼요. 올림픽에서 어중간한 실력으로 승리하지 못하듯이 이것도 마찬가지죠. 확실하지 않으면 져요.”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을 삼성-애플의 특허싸움으로만 볼게 아니라 지식산업 사회의 특허소송 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했다.

“특허전쟁의 승패는 그 나라의 창의성 수준에 달렸습니다. 삼성은 산업사회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주 모범적인 산업사회의 조직일 뿐이죠. 반면 애플은 지식산업 모델로 갔습니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특허 경쟁력, 지식기반 경제의 국가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유연성과 창의성 면에서 삼성이 떨어집니다.”

그는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 ‘정치인들의 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지식혁명이 일고 있는데, 여야 대선후보들은 복지, 반값 등록금, 경제민주화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조선말?사색당파의 논쟁과 별 다르지 않습니다.?18대 대통령은??우리나라가 지식사회로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할 무렵 미국경제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생각한 게 지식산업입니다. 백악관에 ‘지적 재산 집행조정관’이라는 막강한 자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특허청장엔 특허보유 세계 1위 IBM의 특허책임자를 앉혔고요. 청와대에는 그런 마인드가 없죠. 정보통신부도 통폐합했잖아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죠.”

-각론으로 넘어와서 구체적인 방법이라면.

“지식산업으로의 이행을 위해 국가예산 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과 국방의 재창조가 선행돼야 합니다. 빌게이츠는 ‘미래국가 경쟁력은 물리, 수학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초중고의 입시중심 교육은 창의적 두뇌개발 중심 교육으로 가야할 겁니다. 대학도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중앙연구소가 돼야 하고요. 응용분야 박사학위는 특허 학위로 유도하고 개별 논문보다는 팀워크가 중심이 되는 특허 논문을 권장하면 대학은 기술개발, 특허 등 지식재산의 생산 공장이 될 겁니다. 이번에 메달을 많이 획득한 양궁, 펜싱,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입니다. 국민의 자질이 우수하죠. 지도자가 방향만 정확하게 제시해주면 지식사회로 이행도 빠를 겁니다.”

그는 지식산업으로의 이행을 위해 하청업체, 중소기업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U 국가들이 대부분 어려운 가운데 독일은 선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특허 연구개발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많아서죠. 독일의 핵심특허 70%는 중소기업에 있습니다. 핵심특허 70%를 대기업이 가진 우리나라와 대조적이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중소기업이 약화되면 중산층이 약화되고?일자리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종국엔 대기업, 국가도 힘을 잃게 되겠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총사령관의 마인드만 확고하다면 못할 게 없죠. 중소기업 연구소를 올림픽 무대로 바꿔야 합니다. 우수한 인력들이 기초훈련만 받으면 중소기업연구소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거죠. 그곳으로 젊고 창의적인 일꾼들을 보내 금메달(특허)을 딸 선수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특허를 제일 많이 낼 수 있는 나이가 보통 군대 갈 20대 초반입니다. 거기서 특허를 만들면 복무기간을 단축시켜주고 나중에 권리지분도 주는 겁니다. 돈으로 필요하다면 바꿔주고요. 처음에는 대기업의 투자가 있어야겠죠. 정부가 종자돈도 내놔야 할테고요.”

–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웃 일본은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해 총리가 지적재산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지식재산형 국가로의 변화를 혁명적으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거대한 역사적 바람을 ‘적벽대전의 동남풍’처럼 업고 총사령관의 진두지휘 아래 국가재창조를 단행해야 합니다.”

원샷으로 이어진 답변 후 이 원장은 “이상희란 이름을 ‘이상하고 희한한 사람’으로 풀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기자가) 다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농경사회에서 노인들은 별 쓸모가 없었지만, 지식사회에서 노인은 연륜과 지혜의 보고입니다.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 생각하고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 나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원 일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상희 원장은 서울대 약학과 졸업 후 동아제약에서 15년간 연구개발을 담당했다. 동아제약 상무시절 보사부장관배 제약사 축구대회서 감독을 맡아?꼴찌인 동아제약팀을 우승시킨 일은 전설로 남아 있다.

“회사에 우리팀이 우승하면 선수 전원?2호봉 승진을 보장하라고?요구했어요.?오케이 사인을 받고 체력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했죠. 또 25세 이하 사원들 중?집착력이 강한 직원을 뽑았습니다. 연습할 땐 공간 패스와?슬라이딩 태클을 중점적으로 했고요. 한 골도 안먹고 우승했습니다.”

이 원장은 과학기술처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해양개발 기본법, 항공우주산업육성법,?유전공학육성법, 대체에너지 개발 촉진법을 마련하는 등 기술입국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창조적 두뇌입국을 위해 영재교육진흥법, 이러닝산업발전법 등을 만들기도 했다.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회장, 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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