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찍고, 샴페인 깨트리고”···선박 명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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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2천톤급 화물선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첫 출항을 앞두고 있다.

출항 앞둔 화물선 명명식은 ‘여성’이 주관

20일 8만2천톤급 화물선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스 선주가 발주한 이 화물선의 첫 출항을 앞두고 배에 이름을 달아주는 명명식(naming ceremony)이 열렸다.

명명식에는 도끼와 샴페인이 등장했다. 또 이 물건들을 다루는 것은 여성이 맡는다. 이날은 그리스 선주에게 이 배를 발주받아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주선한 황화상사 황성혁 대표의 부인인 장화자 여사가 이 역할을 맡았다.

행사에 참석한 그리스 선주와 선박회사 관계자들, 발주를 담당한 황화상사 대표와 직원들, 건조에 참여한 현대미포조선 주요 인사와 설계건조 사원, 그리고 명명식에 초청받은 30여명이 이를 지켜봤다.

장화자 여사가 진수식장과 선박 사이에 연결된 줄을 도끼로 찍어내리고 있다.

명명자가 선박과 진수식장에 연결된 줄을 도끼로 끊으면 화물선 수문에 치장된 오색 테이프가 날리고 축포가 울리면서 배에 새겨진 배 이름이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배가 바다로 나아가기 전 아기의 탯줄을 끊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뱃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인 반면 명명식을 대개 여성이 맡는 것은 바다의 신에게 여성을 제물로 바쳤다는 전통에서 유래됐다.

오색 테이프가 날리면서 배의 이름인 '피갈리아 내비게이터'라는 이름이 드러났다.

‘피갈리아 내비게이터(Figalia Navigator)’. 이제 이 배는 이름을 달았다. 피갈리아는 그리스 선주의 고향 지명이다.

이날 정식 이름을 달기 전까지 이 배는 선체 번호 6069번(Hull N0. 6069)으로 불렸다.

명명식에 참여한 일행이 배 앞에 다가가 배 명명자인 장화자 여사가 샴페인병을 배에 던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배에 축포가 울린 뒤 일행은 다시 배 근처 단상으로 이동했다. 명명식을 주관하는 여성인 장화자 여사가 그물망 주머니에 싸여 줄에 매달린 샴페인병을 배에 던져 깨트리는 의식을 치렀다.

샴페인병을 깨는 것은 선박의 탄생을 축하하고 안전한 운항을 기원하기 위해서인데 일종의 액땜에 해당한다.

샴페인병이 깨지고 줄에 매달려 남아 있는 코르크와 병목은 선실에 남아 이 배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함께 하게 된다.

명명식에 참석한 일행들이 '피갈리아 내비게이터'라 이름붙여진 화물선 선실에서 축하테이프를 끊기 위해 모였다.

‘피갈리아 내비게이터’ 건조는 2년 전인 2010년 3월 계약이 이뤄져 작년 9월부터 설계에 들어가 9개월 만에 건조됐다. 1972년 현대건설 조선사업부에 입사해 1989년 전무로 퇴직 후 이듬해 황화상사를 설립한?황성혁 대표가 주선했다.

그리스 선박회사에서는 똑같은 급의 배 한 척을 하나 더 주문했다. 이 화물선은 지난 달부터 건조되고 있는데, 오는 9월이면 완성된다.

황화상사 황성혁 대표가 화물선 선실에서 명명식 축하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실에 온 하객들은 축하테이프를 끊은 뒤 돌아가면서 배의 경적을 3번씩 울렸다.

황화상사 황성혁 대표와 장화자 여사가 배의 경적을 울리고 있다.

이 배는 주로 미국에서 곡식을, 인도네시아나 호주 등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싣고 중국이나 한국 등을 오가게 된다.

현대미포조선 이수근 전무는 설계 특징에 대해 “이 배는 부피가 88%로 거의 직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꽉 차있다. 원래는 20% 정도가 버려지는데 8만2천톤급으로 맞추기 위해 88%까지 늘렸다. 그러고도 시운전했을 때 시속 30km 정도로 빨리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젤엔진이 진동이 심하지만 이 배는 강진으로 설계해 선주가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운항 기원의식에 쓰인 성물들. 안경은 그리스정교회 한국교구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잠시 벗어놓은 것이다.?

선주가 그리스인인 만큼 그리스 선박회사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리스정교회의 기도 의식이 치러졌다.

그리스 정교회 한국교구 대교구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안전 운항을 기원하는 기도를 주관하고 있다.
그리스 선주와 선박회사 직원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피갈리아 내비게이터' 화물선 선실에서 바라본 현대미포조선 정경.

현대미포조선은 이런 중간 크기의 화물선을 1년에 80척 정도 건조한다. 평균 4만톤급인데 이날 명명식을 한 8만2천톤급 화물선은 가장 큰 배에 속했다.

윤진규 고객지원 상무는 “이렇게 명명식을 하는 배는 80척 중 50~60척 정도이고, 나머지는 선상에서만 한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항구에 화물선이 떠 있다.

이수근 전무는?현대미포조선의 강점에 대해 “선박건조?날짜를 정확하게 지키고 빠르게 인도해준다는 것, 좋은 품질, 튼튼한 재정, 그리고 자회사 인원까지 1000명에 이르는 생산설계 인원이 선주가 요구하는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화물선의 평균 수명은 20~25년.?이후에는 폐선을 시키는데 철은 녹여서 재사용한다.

‘피갈리아 내비게이터’은 23일 현대미포조선 선창을 떠나?첫 항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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