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어우러진 역사문화도시 ‘인촨’

실크로드와 만리장성, 서하왕조와 후이족 문화 한꺼번에 체험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11세기 불교왕국 서하(西夏)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를 다녀온 사람들은?이구동성으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자연경관’을 특징으로 꼽는다. 동양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장중한 서하왕릉과 내공몰발 황사를 막아주는 병풍 노릇을 하는 허란산(賀蘭山)에는 인류가 수천년간 진화시켜온 문명의 흔적을 암벽화에 담아놨다. 암석산의 바위 틈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 등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장관이 잇따라 펼쳐지는 곳. 이동 중에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평원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붉은 수수밭’, 리후이민(李惠民) 감독의 신(新)용문객잔, 한국의 사극 ‘선덕여왕’등이 촬영된 전베이바오(鎭北堡)서부영화세트장은 규모에 한번 놀라고 세심한 디테일에 두번 놀란다. 실크로드 관문이라서 모스크와 히잡 쓴 여인들, 깨끗하고 담백한 중화 무슬림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명나라때 축조된 만리장성의 지하병영과 서하왕국 기념관을 둘러볼 땐 중국의 병법과 문화 다양성, 두 나라를 위협했던 몽골군의 질풍노도식 위협이 수백년 지나도록 고스란히 느껴져 모골이 송연해진다.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자랑하는 황하국제리조트, 세계 4대 아름다운 사막풍경을 연출하는 사호(沙湖) 등은 짜릿하고 생생한 추억으로 남는다.

닝샤는 중국대륙의 정중앙부에 위치한 성(省)급 자치구다.?중국지도출판사 지도를?펼쳐보면 상하좌우 접힌 지점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지역이 바로 닝샤다.

닝샤의 성도(省都)?인촨(銀川)시는 중국의 23개 메가로폴리스 군에 속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도시로, 중국 정부가 1급 개방 통상지역구로 육성해왔다. 인촨 허뚱(河東) 공항은 지난 3월 하순 세계 최초로 한국의 인천공항과 국제선 항로를 연결했다.

깨끗함이 생활화된 후이족 사람들

중국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약 600만 명인 닝샤 인구의 34%는 아랍인들과의 교역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이슬람에 귀의한 후이족(回族). 성도인 인촨 인구 200만 명의 23%를 차지한다. 닝샤 인구의 절대다수(62%)가 한족이지만, ‘후이족자치구’라는 성 이름을 지은 것에서 소수민족을 끌어안고 가려는 중국의 고민과 배려가 묻어난다.

중동에 가지 않고도 무슬림들의 독특한 문화와 웅장한 모스크를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무슬림 교회인 모스크는 아랍스타일이지만, 초창기 이슬람성전은 동양의 사찰과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지금도 모스크를 청진사(淸眞寺)라고 부른다.

흉측하게 생긴 짐승(대표 동물 돼지)이나 비늘이 없는 물고기를 먹지 않고 향긋한 열대성 과일을 항상 주식에 곁들이던 이슬람 음식이 중국의 토착 음식문화와 어우러져 융합(fusion)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후이족은 500년 이상 한족과 섞이면서도 이슬람문화를 지켜왔다. 이슬람교를 믿는 후이족은 청진사 또는 자택에서 하루에 다섯 차례씩 메카를 향해 절을 한다. 청진사는 이슬람 전통 사원인 모스크에 중국식 건축양식이 결합된 이슬람 사원이다.

닝샤 모스크에서 대접해준 음식은 후이족의 깔끔함과 중국요리의 묘미가 어우러져 풍부하고 담백한 식감을 줬다. 과식 하더라도 속이 부대끼지 않는 게 신기하다.

어머니의 강 황하가 준 선물들

장강(長江)과 함께 ‘어머니의 강(母親河)’으로 불리는 황하(黃河)의 발원지로부터 멀지 않은 상류에 위치한 닝샤. 비옥한 하천 퇴적토 덕에 쌀이 찰지다. 또 연간 강수량이 200~500㎜로 일조량이 매우 풍부해 포도와 구기자 등이 유명하다. 현지인들은 “만병통치, 자양강장, 불로장생 식품으로 알려진 구기자 중에서도 닝샤 구기자가 세계 1위”라고 자랑한다.

인촨에서 포도나무 밭은 물론 포도주 양조장(Winery), 오디 농장(비닐하우스), 구기자 농원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은 일조량에 정비례한다. 습한 날씨를 싫어하고 뽀송뽀송한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닝샤 인촨이 천국인 셈. 서울보다 위도가 약간 높기 때문에 일교차가 약간 심한 점을 감안해 옷을 준비해야 한다. 이사 가는 게 아니라면 우산은 챙길 필요 없다.

동의보감 탕액편(湯液篇)에 "오디를 오래 먹으면 백발이 검게 변하고 노화를 방지한다(久服 變白不老)"고 적혀있다. 당뇨와 고혈압 및 고지혈증 예방 및 치료,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일조량이 많은 닝샤에서는 포도와 구기자, 오디와 같은 과일 품질이 우수하다.

만리장성 내부 지하병영 발굴해 관광자원화

인촨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11㎞ 떨어진 곳에 명나라 때 축조된 만리장성이 보인다. 내몽골 자치구와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이 지역의 만리장성은 3m 남짓의 흙담인데, 실제로는 6m 정도였던 것이 바람에 쓸려 깎인 것이라고 한다.

당나귀 마차 10여 분, 낙타가 끄는 마차 10여 분을 타고 만리장성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장병동(藏兵洞)’이라는 지하 땅굴이 나온다.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하 수백m를 미로처럼 연결해 내부에 자족시설을 갖춘 지하병영이었다.

이곳을 발굴해 재현해 놓았는데, 내부에는 중국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함정과 부비트랩, 정보 및 군수시설 등이 구현돼 있다. 좁고 가파르며 캄캄한 동굴이 수 백 m에 이르기 때문에 심신의 긴장을 유지하는 게 좋다.

만리장성 근처 수동구(水洞溝)에는 3만 년 전 선사유적지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50년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이를 복원한 프랑스인 고고학자 2명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선사유적지를 발굴한 프랑스인 고고학자들

명나라 때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토굴을 파고 병사들이 몸을 숨겼던 장병동(藏兵洞)의 외관.

몽골의 민족말살행위로 서하왕릉만 남아

불교국가였던 서하(西夏)왕국은 티베트계인 탕구트(?項)족이 11세기 초에 세운 나라로 인촨시 일대가 바로 서하의 중심지였다. 서하는 1227년경 몽골족에 의해 멸망했으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200년 동안 황금기를 구가했다. 서하문자를 따로 만들어 썼고, 다양한 불교 유적과 유물을 남겼다. 동방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서하왕릉은 인촨 서부 30km 떨어진 허란산 동쪽에 위치해 있다.

서하왕국이 중국의 사기(史記)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몽골의 칭기즈칸이 서하를 멸망시킬 때 완전한 말살정책을 직접 주도했기 때문이다. 몽골군은 1227년 서하멸망 당시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않은 서하인은 모두 잡아 확인 사살까지 했고, 문화재가 될 만한 시설도 가능한 모두 파괴했다. 서하 왕이 항복했는데도 그 자리에서 참수할 정도로 잔인했다고 한다.

서하(西夏)왕릉. 거대한 흙무덤은 평균 6㎞ 간격을 두고 9개가 남아 있다.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린다. 1988년 중국 국무원이 국가급풍경명승구로 지정했다.

탁월한 문화?관광자원 갖춘 메가로폴리스로 발돋움

인촨시 중앙상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 CBD)는 국가급 프로젝트, 즉 국가의 국토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개발이다. 중국 정부는 본토 서부지역의 빠르고 양호한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총투자규모 2079억 위안에 이르는 서부 대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촨 사람들은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화학공업을 단연 ‘막강한 산업’으로 꼽는다. 이와 함께 ▲기계장비 및 재제조, 컴퓨터 수치 제어(CNC)선반, 대형 주조물, 기중기 등 주요 제조장비 산업 ▲전 세계 60%를 차지하는 캐시미어 산업 ▲후이족 음식 및 이슬람 문화산업 ▲발효 및 제약 산업 등을 4대 우수산업으로 자랑한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터빈 등 신재생에너지 장비제조, 포도주 양조 및 전자정보, 가구 인테리어, 신재료 산업 등은 5대 신흥산업으로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촨시 인민정부 쉬광궈(徐廣國) 서기는 “닝샤자치구가 처음으로 국제선 항로를 개설해 여러 관광지 체험과 투자를 원하는 아시아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 완성된 전베이바오(鎭北堡)서부영화세트장 입구에 새겨진 문구.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붉은 수수밭’, 리후이민(李惠民) 감독의 신(新)용문객잔 등 수백 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2009년 방영된 한국의 사극 ‘선덕여왕’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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